공정위, 매일·남양유업에 128억 과징금
1997년 4월 매일유업은 업계 처음으로 컵커피 제품을 내놓았다. 컵커피란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는 컵모양 용기에 담긴 커피를 말한다. ‘카페라떼’나 ‘프렌치카페’ 등의 제품을 떠올리면 된다. 이후 국내 컵커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매일유업은 1년 만에 값을 두 차례나 올렸다. 출시 당시 700원이던 카페라떼 가격은 7달 뒤에 800원으로 올랐고 다시 3개월 뒤인 1998년 2월엔 1000원으로 뛰었다.
거침없는 가격인상 행진에 제동이 걸린 건 경쟁사가 출현하면서부터다. 1998년 5월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를 앞세워 컵커피 시장에 뛰어든 뒤 약 9년 동안 국내 컵커피 제품 가격은 원가가 올랐는데도 제자리걸음만 했다. 두 업체 중 한 곳이‘나홀로’ 가격을 올릴 경우 곧장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후 또다른 업체들도 컵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두 회사는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고히 유지한 채 컵커피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두 회사가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값을 올리기 위해 은밀하게 접촉에 나선 것이다. 두 회사는 2007년 2월 임원급 모임에서 컵커피값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매일유업은 3월에, 남양유업은 7월에 가격을 올렸다. 두 회사는 이어 2009년 9월에도 원유가와 포장재 가격 인상 등을 근거로 컵커피값을 1400원으로 다시 올리려 했으나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1400원이 어렵다면 1300원으로 올리자는 복안까지 준비해뒀지만 인상시점 등에 대한 의견차이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담합행위에 대해 과징금 128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담합에 가담한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독자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피하려 경쟁업체 간 담합으로 가격을 불법 인상한 전형적 사례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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