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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세청 “공정과세” 낯뜨거운 자화자찬

등록 2011-07-15 08:13수정 2011-07-15 14:18

3년전엔 ‘편법 증여’ 눈감더니…감사원 지적받고 뒤늦게 620억 추징
롯데관광 사주 증여세 포탈 적발했다 취소
감사원 “국세청, 회사쪽 허위 주주명부 인정”
국세청이 대기업 사주에 대한 수백억원대의 증여세를 뚜렷한 근거 없이 취소해줬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세금을 추징하기로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런 사실을 ‘공정과세’ 구현을 위한 편법 증여 적발 사례로 포장한 뒤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던 과세 취소 당시 본청 조사국장은 이현동 현 국세청장이었다.

국세청은 지난 12일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위한 편법 증여 및 상속 사례 5건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가운데 가짜 소송과 허위 서류까지 만들어가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표적 유형으로 앞세운 기업은 롯데관광개발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사주가 허위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인 주식을 임원 명의로 명의신탁한 이후 임원 명의 주식이 20년 전부터 아들이 실제 주식 소유주인 것처럼 허위 주주명부를 꾸몄다”며 “이런 수법으로 사주가 아들에게 주식 735억원어치를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증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세청은 증여세 620억원을 추징하고 고의적 조세 회피가 명백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미 2008년 롯데관광 사주 일가의 주식 변동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증여세 230억원을 추징하기로 한 바 있다.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의 두 아들이 2006년 회사 주식을 상장할 때 주식 185만5000주를 전직 임원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해당 임원들은 명의신탁 과정에서 단순히 명의를 도용당한 것이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국세청도 이를 받아들여 2008년 11월 과세 통보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감사원은 국세청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세무조사를 통해 주식의 실제 소유주가 사주인 김 회장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아들들의 소유로 본 점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롯데관광이 회장 비서실에서 보관해왔다고 내민 주주명부가 기존 주식발행대장과 내용이 달라 편법적 재산증여를 위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 4월 공개한 감사결과 자료를 보면, 국세청이 2008년 세무조사에 앞서 롯데관광을 방문할 당시 재경팀 사무실에 보관중이던 주식발행대장에는 문제가 된 주식이 원래 김 회장 소유였다가 2004년 임원명의로 바뀐 정황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런데도 국세청이 1978년께 김 회장이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는 구두진술과 허술한 비서실 주주명부 등만 믿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었다.

특히 비서실 주주명부의 경우엔 1999년에 기재된 내용에 2004년 대표이사 인감이 찍혀 있는 오류도 발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문서 작성 연도는 20개월 경과 여부만 입증 가능한데도 국세청은 비서실 주주명부가 1991년께 작성됐다는 롯데 쪽 이야기를 그대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롯데관광 쪽이 근거로 내민 명부가 맞다면 김 회장의 아들들은 과세 시효 15년이 지나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김 회장의 부인 신정희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국세청에 추가 징수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고, 국세청은 추가 조사를 통해 감사원 지적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 국세청이 ‘봐주기’ 의혹을 샀던 조사 사례로 뒤늦게 공정과세 ‘실적잔치’를 벌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는 재조사를 벌일 수 없으며 과세 시점이나 납세 대상자 등이 달라질 때만 다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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