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880원대 적정” 업계 압박…대책 안내놔
정유사는 주유소 마진, 주유소는 공급가 인상 탓
정유사는 주유소 마진, 주유소는 공급가 인상 탓
치솟는 기름값을 둘러싸고 정부, 정유사, 주유소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대책 없이 정유사와 주유소만 비난하고 있으며, 정유사와 주유소는 서로 상대방 탓이라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고,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15일 오후 4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유가정보서비스) 집계를 보면, 서울 지역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2019.86원으로, ℓ당 100원 할인 기간이 끝난 지난 7일(1991.33원) 이후 일주일 새 28원이나 껑충 뛰었다. 전국 평균가격도 1934.06원으로 15원 올랐다. 그러자 이날 정부는 “적정 가격은 1880원대”라며 정유업계를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정유사들은 “주유소가 과도한 마진을 챙겼기 때문”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피해가려 했고, 주유소 쪽은 “정유사들이 40원씩 올린 공급가만큼도 가격에 반영 못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00원 할인가격 환원을 이유로 한 휘발유 소비자가격 인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정유사와 일선 주유소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환율 변동을 반영한 최근 국제휘발유가(776.6원)에다가, 100원 할인 시행 이전인 1~3월 평균 정유사 마진(49.9원), 주유소 마진(101.2원), 세금(955.5원) 등을 더하면 7월 둘쨋주 소비자가격은 ℓ당 1880원대여야 한다는 게 정부 쪽 주장이다. 임 차관은 “이날 실제 기름값(1933원)만큼 오를 이유가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날 “일선 주유소들이 마진을 계속 높이면서 휘발유 가격을 올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1분기 ℓ당 99.88원이던 주유소 평균 마진이 6월 셋쨋주 130원에서, 7월 첫쨋주 142.83원까지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점유율 1위인 에스케이(SK)에너지 주유소의 마진이 1분기 111.69원에서 192.57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서혜 소시모 팀장은 “마진이 큰 에스케이주유소가 계속 비싸게 기름을 팔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소시모는 정유사를 향해서도 “실제 가격인하 효과가 43∼66원밖에 안 된데다 할인 종료 이전에 이미 공급가 인상을 한 만큼 100원을 올려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정유업계는 ‘내 탓은 아니다’라는 태도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공급가에 비해 소비자가격이 차이가 크게 나는 건 과도한 주유소 마진 탓”이라며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건 자영 주유소들이라 정유사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100원 할인 종료 뒤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15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건, 정유사 공급가 인상분인 40원만큼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정유사가 공개한 평균 공급가격과 주유소들이 실제로 지급한 가격에 너무 큰 차이가 나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만 벌이는 사이 기름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뜀박질을 멈춰 세울 ‘뾰족수’는 보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유사와 주유소를 향해 “서민 어려움을 고려해 가격결정구조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달라”고 당부하며 “짬짜미(담합) 등 불공정행위와 유통질서 저해행위를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으름장만 되풀이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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