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재래시장 과일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건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름·전세·농산물값 이어 전기·가스비 줄인상 예고
“금리인상 등 거시정책 적극 활용해야” 목소리 커져
“금리인상 등 거시정책 적극 활용해야” 목소리 커져
정부의 하반기 물가 목표가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쓸 수 있는 수단은 한정돼 있는데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중구난방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금리인상 등 거시정책 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물가상승률을 4%로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전망치는 물가가 상반기 이미 평균 4.3%나 올랐기 때문에 하반기에 3.7% 수준 이내로 묶어야 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연초 물가상승을 주도하다 잠시 주춤했던 농축수산물·기름·전세 등 이른바 ‘물가 삼총사’가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한데다, 가공식품·외식·공공서비스 등 새로운 삼총사가 물가불안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비는 4월부터 석달 내리 전월 대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외식비를 물가 주범의 하나로 보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식자재값·임대료·인건비 등의 상승 요인과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인플레 기대심리가 겹쳐 오르는 탓에 통제하기가 어렵다. 지난달 전년 대비 6.7%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가공식품 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전월 대비 상승세다. 밀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돼 원자재 가격의 지표로 쓰이는 로이터제프리 시아르비(CRB)지수가 지난 1년 사이 32%나 올라,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요금의 인상도 8월부터 본격 가세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몇년 동안 억눌러온 전기·가스·철도·우편 등 공공요금을 조만간 올리겠다고 지난달 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물가불안이 커지자 인상 폭과 시기를 다시 조율중에 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공공요금 인상 대상과 시기, 폭은 7월 중에 결정하겠지만, 시행은 8월 이후에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상승이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1월 2.6%(전년 동월 대비)에서 6월엔 3.7%까지 상승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인 상황에서 지난해 경제가 6.2% 성장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4% 후반대 성장을 하면서 총수요 압력이 커졌다”며 “총수요 압력은 축적돼 시간을 두고서 나타나기 때문에 지속성이 큰 근원물가가 앞으로 계속 상승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추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기름값과 농산물값도 다시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장마철 평균 강수량보다 3배나 많은 올 장맛비는 한달 사이 적상추(120%), 시금치(102%), 애호박(60%), 오이(38%), 무(22%) 등 채소값 급등을 불러왔다. 예년보다 이른 9월12일 추석을 앞두고 과일과 채소 가격이 더 뛸 가능성마저 높다. 기름값은 6일 100원 할인판매가 종료된데다, 국제기름값(두바이유)마저 지난 4월 할인판매를 시작할 당시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전셋값도 1년 새 11%나 올랐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가계대출 쪽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금리를 올려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현재 3.25% 수준인 기준금리를 4%대 수준으로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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