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료제출 요구권’ 마련키로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의 대출금이 실제 어느 곳에 사용됐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의 대출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포괄적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저축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해 조만간 입법예고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부산저축은행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모펀드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우회대출을 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나서기 전까진 마땅한 자금추적 수단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다. 감독당국이 대출금의 사용처에 대해 차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하게 되면 대출금으로 이자를 갚는 ‘가장납입’ 등 저축은행의 각종 불법행위도 손쉽게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감독당국의 자료제출 요구를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는 대출자에 대해선 최고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다만, 금융위는 저축은행 대출자가 과도한 당국의 개입으로 선의의 피해를 입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금감원에 자료제출 요구권 외에 출석·진술요구, 현장방문 등 직접 조사권한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직원이 아닌 사람을 직접 조사하게 되면 권한 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불법대출 혐의가 있을 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위는 감독당국에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직접 검사권한도 부여키로 했다. 현행법상 금감원은 신용공여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 극히 제한된 경우에 한해 대주주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업무나 재산상황을 직접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금융위는 검사 요구에 불응하는 대주주에 대해서도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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