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기병 회장 증여세포탈 의혹 수사착수
검찰이 18일 롯데관광개발 사주 일가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과 두 아들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날 전망이다. 더불어 과거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봐주기’ 의혹이 풀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겨레> 15일치 17면 참조)
수사의 핵심 쟁점은 김 회장이 증여세 부담 없이 두 아들에게 735억원어치의 주식을 넘겨줬는지다. 롯데관광 쪽은 과세 시효가 지난 20여년 전부터 두 아들이 소유주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4월 감사원이 공개한 자료 등을 보면, 김 회장이 명의신탁 주식의 실제 소유주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롯데관광 재경팀이 보관해온 주식발행대장에는 문제가 된 주식이 원래 김 회장의 소유였지만 임원 명의로 명의신탁했다가 1998년 본인 명의로 실명전환했고 다시 2004년 임원 명의로 바꾼 기록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또 주식 배당금 수령 내용과 유상증자 때 신주인수권 행사 주체 등을 보더라도 김 회장이 주식 소유주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2008년 롯데관광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음에도 이런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증여세를 부과받은 롯데관광 전직 임원들이 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를 접수하자 별다른 추가조사 없이 과세 통보를 취소했다.
당시 국세청의 과세 통보 취소는 주식의 실제 소유주가 아들이라는 점을 공식 확인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세청은 2004년 이후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작성된 걸로 보이는 비서실 보관 주주명부만 믿고 아들들을 주식 소유주로 인정했다”며 “김 회장 소유라는 사실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는데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세청이 전직 임원들의 명의도용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도 논란거리다. 명의신탁은 회사가 임원들에게 이해를 구한 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은 1998년 퇴직한 뒤 8년이 지난 2006년 회사 상장 때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08년 명의를 바꿔달라는 소송까지 냈고 롯데관광 쪽은 관련 주식을 모두 아들 명의로 바꿨다. 석연찮은 대목이 많았는데도 증여세 부담이 없는 명의도용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국세청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대기업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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