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대법관들 퇴임 앞둬
‘판결 뒤집기 가능’ 내심 기대
‘판결 뒤집기 가능’ 내심 기대
“현대자동차는 대법관 구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 거다.”
지난 1년간 현대차가 ‘불법파견’ 판결에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법조계와 노동계 전문가들은 ‘시간 끌기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지난해 7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지난 2월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왔지만, 현대차는 재상고했다. 현대차는 또 판결의 근거가 된 옛 근로자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제6조3항)에 대해선, 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기각당하자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까지 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적인 판단을 끝까지 받아본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을 종용한 것은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이다. 헌법소원 사건엔 손지열 전 대법관을 비롯한 김앤장 노동팀이 매달려 있고, 대학교수 등으로 자문팀도 꾸렸다. 사내하도급 문제에 밝은 한 전문가는 “대법원의 결론이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를 따지는 건 불법파견과는 전혀 다른 법률 쟁점”이라고 말했다.
헌재에서 ‘뒤집기’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쪽은 헌재가 소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으로 판단해 공개변론을 여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지만, 일부 헌법재판관이 공개변론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을 뿐 하반기 공개변론 사건 최종 목록엔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헌법소원을 낸 현대차의 속내는 딴 데 있다. 현대차 쪽 인사들은 공공연히 “불법파견 판결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결정한 거라서, 14명이 논의하는 전원합의체에 부쳐지면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하반기 이용훈 대법원장, 김지형·박시환 등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이 퇴임하고 나서 재상고 사건이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지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 사건의 경우 대법관 전원회의 때 보고안건으로 논의됐다”며 “(현대차 쪽 주장과 달리) 대법관들 전체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아 전원합의체에 부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정규직과 혼재돼 일하고 원청의 작업지시를 받을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은 최근 법원 판결의 일관된 흐름이다. 지난 8일에도 대법원은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포장업무를 하던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광주지방노동청의 시정지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금호타이어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헌법소원을 내어,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수순을 밟은 상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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