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원 참석 88% ‘대리’
의결권 행사도 제재 안해
의결권 행사도 제재 안해
한해 464조원의 예산을 쓰는 286개 공공기관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회의에 정부 쪽 위원의 ‘대리 출석’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 5월31일까지 열린 다섯 차례 공운위 회의에서 정부 쪽 위원 8명의 참석 현황을 보면, 대리 출석률이 평균 88%에 이르렀다. 출석률은 평균 72%에 그쳤다. 1, 2차 회의 때 참석한 정부 위원 각각 7명과 6명은 모두 대리 참석자였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차례 서면 회의를 제외한 12차례의 회의 가운데 1차와 6차 회의를 뺀 10차례 회의가 100% 대리 참석자들로 채워졌다. 이 같은 결과는 기획재정부가 이종걸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운위 정부위원의 대리 참석 현황을 통해 확인됐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의 지정에서부터 임원의 임명까지 공공기관 운영의 주요 사항들을 심의·의결하는 재정부 소속 위원회다. 위원장인 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재정부 차관·행정안전부 차관 등 정부 쪽 위원 8명은 각 부처의 차관급이 맡고, 민간 쪽 위원은 각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의 취지를 무색게 할 만큼 위원들은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로는 대리 참석한 차관급 아래 공무원들이 의결권까지 행사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차관들이 바빠 나오기 어렵지만, 어차피 기관의 뜻은 하나여서 대리출석을 해도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대리 출석은 공공기관운영법이나 시행령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재정부의 운영위 운영규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통해 대리인의 의결권 제한을 추진중인 이종걸 의원은 “정부가 공운위를 편의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위원이 아닌 대리인이 행사한다면 공운위는 차라리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위원의 참석률도 높지 않은 편이다. 올해 다섯 차례의 공운위 회의에서 2번 이상 불참한 위원이 4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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