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로 스테이트타워 꼭대기층에 위치한 ‘스테이트룸-젠틀맨스 클럽’에서 직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새로 문연 사교클럽 들여다보니
연회비 천만원대 ‘젠틀맨스클럽’…시가바·스파 등 갖춰
‘라움’은 600만원짜리 공연 커뮤니티 마련…‘물관리’ 심혈
연회비 천만원대 ‘젠틀맨스클럽’…시가바·스파 등 갖춰
‘라움’은 600만원짜리 공연 커뮤니티 마련…‘물관리’ 심혈
최근 문을 연 서울 남산 3호터널 인근의 스테이트타워 남산 꼭대기 26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내인 옆으로 한쪽에는 육중한 통나무 문이, 다른 한쪽에는 위압적인 철제문이 버티고 있다. 이 문은 대한민국 상위 0.01%의 남성들만 열고 들어갈 수 있다는 ‘스테이트룸-젠틀맨스 클럽’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애초 영국에서 시작돼 귀족 남성들만 입장이 가능했던 사교클럽 ‘젠틀맨 클럽’은 지금도 영국이나 홍콩 등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급 오피스빌딩인 스테이트타워를 지은 신한비엔피(BNP) 자산운용이 처음 들여온 것이다.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니 탁 트인 남산 전망이 눈에 들어온다. 안쪽에는 거실, 바, 당구대 등이 보인다. 클래식한 가구와 실내 장식 등은 모두 유럽과 일본 등에서 공수한 제품들이다. 입구 쪽 가죽 소파와 테이블 세트만 해도 억대를 호가한다는 게 직원들의 귀띔이다. 식사, 술, 비즈니스 회의, 소규모 파티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은 기본이다. 시가바, 이발소, 스파는 물론 개인용 도서관과 주문형 양복점 ‘비스포크’까지 준비돼 있다. 이발소라고 해도 팝아트 작품처럼 세련된 일본제 스타일링 체어가 화랑을 방불케 한다. 이런 공간은 반대편 철제문을 통해서도 연결된다.
스테이트룸은 먼저 입주사 대표들에게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부터 유료 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연회비는 1천만원 선이다. 호텔 피트니스클럽 등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회원권이 있긴 하지만 스테이트룸은 특수 계층을 위해 마련된, 폐쇄적이면서도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여느 고가 회원제와 다르다. 운영을 전담하는 조선호텔의 심은영 마케팅 매니저는 “회원들이 외부 노출에 대한 부담 없이 비즈니스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회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친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를 차단해 내부 결속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회원제 클럽은 일종의 현대판 귀족 클럽이고 멤버십은 ‘그들만의 리그’에 낄 수 있는 신분증인 셈이다.
억대의 호화결혼식으로 화제가 됐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복합문화공간 ‘더 라움’이 준비하는 ‘라움 아트앤컬처 멤버십’은 부유층의 ‘기본 교양과목’이 된 클래식 공연에 커뮤니티를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다. 연회비 600만원이며, ‘단 300명을 위한 프라이빗 공연 서비스’를 표방했다. 현재 접수된 30명가량의 회원은 대기업이나 은행 최고경영자(CEO)부터 중소기업 대표, 자영업자 등이다. 정명훈, 미샤 마이스키, 킹스 싱어스 등 세계적 연주자들이 하반기 공연 목록에 올라 있다.
더 라움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공연 전후의 연회 등 회원들 사이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부대행사다. 이런 접촉을 통해 회원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소규모의 하우스 콘서트나 공연여행도 지원한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최고경영자 커뮤니티인 ‘뮤직앤컬처’ 공연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더 라움으로 옮긴 김재신 팀장은 “이전에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이 고위층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연이나 미술 등 문화적인 취향을 공유하는 사적인 커뮤니티로 옮겨가고 있다”며 “회원의 20%가량이 알 만한 기업의 알 만한 인물들이라면 80%는 이들의 워너비인 젊은 시이오 후보자들이나 상대적으로 인적 네트워크 기회가 부족한 개인사업자들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등 예술적 취향을 공유하면서 갖게 되는 소속감은 동문 출신의 결속감보다 더 친밀하고 사적이라서 비슷한 집단의 네트워크를 원하는 부유층의 선호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최근 백화점의 브이브이아이피(VVIP) 마케팅도 수백명을 불러놓고 벌이는 갈라디너나 나이트파티 등의 대규모 행사가 사라지고 회원간 접촉 기회를 넓히는 소규모 커뮤니티 서비스로 옮겨가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유명 사진작가 조세현씨를 초청해 최우수 고객 20명을 모아 한사람씩 사진을 찍어주는 마케팅을 펼쳤다. 베트남 학교 설립을 위해 1인당 1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내야 하는 바자 프로그램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한차례 더 실시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소규모로 어울리다 보면 동류의식이 강해지고 필요에 따른 업무상의 도움도 얻을 수 있어 회원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소속감 유지를 위해 클럽 운영자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물관리’다. 더 라움은 300명을 한꺼번에 모집하지 않고 100명이 차면 기존 회원들의 소개로 2기와 3기를 모집하는 식으로 정원을 채울 계획이다. 스테이트룸 역시 기존 회원들이 신청자를 평가해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재산뿐 아니라 직업, 사회적인 평판 등을 회원들이 직접 평가한다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이 아니라 명예나 사회적 지위 등도 대한민국 최상위층임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신분증”을 내세우는 멤버십 전략은 새로운 신분사회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대리출석’ 판치는 공공기관운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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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속감 유지를 위해 클럽 운영자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물관리’다. 더 라움은 300명을 한꺼번에 모집하지 않고 100명이 차면 기존 회원들의 소개로 2기와 3기를 모집하는 식으로 정원을 채울 계획이다. 스테이트룸 역시 기존 회원들이 신청자를 평가해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재산뿐 아니라 직업, 사회적인 평판 등을 회원들이 직접 평가한다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이 아니라 명예나 사회적 지위 등도 대한민국 최상위층임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신분증”을 내세우는 멤버십 전략은 새로운 신분사회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대리출석’ 판치는 공공기관운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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