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10개품목 시도별 비교 공개” 지시
효과못본 ‘MB 물가지수’ 3년만에 다시 꺼내들어
효과못본 ‘MB 물가지수’ 3년만에 다시 꺼내들어
“서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 대책을 정부가 세우면 서민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량의 수급을 통해 생필품 50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면 전체 물가는 상승해도 50개 품목은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2008년 3월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때 이명박 대통령 발언)
2008년 초 물가가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생필품 집중관리를 지시했고, 정부는 52개 품목을 선정해 매달 상승률을 발표했다. 이른바 ‘엠비(MB)물가지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 대통령 발언은 무색해졌다. 당시와 비교해 지난 6월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52개 품목 가운데 47가지가 올랐고 이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오른 품목이 29가지나 된다. 돼지고기는 83.9%, 마늘은 78.7%, 고등어는 63.9%, 설탕은 59.3%가 급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주요 생활물가를 10가지 정도만 집중적으로 선정해서 16개 시도별 또는 대도시 중심으로 물가 비교표를 만들어 매달 공개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 뒤 “다음주 중으로 대중교통 요금과 외식비, 채소가격 등 10가지 품목을 정하고, 매달 가격을 조사해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신엠비물가지수’인 셈이다. 원조 ‘엠비물가지수’와 다른 점은 품목 수가 줄었고, 지자체별로 공개해 비교하는 점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대도시별로 인건비, 교통요금 등의 원가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이를 비교 검토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공개되면 물가상승률이 높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물가관리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지방 공공요금 등을 올릴 때도 원가 절감 요인을 더 찾아보는 등 신중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염상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버스요금, 지하철요금 등은 이미 수년째 동결해서 더 이상 억누르기 힘들고, 버스회사 등의 적자가 쌓이면 결국 지자체 재정으로 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소값, 외식비 등은 중앙정부도 못 잡고 있는데 지자체라고 뾰족한 대책이 있기 어렵다. 염 연구원은 “엠비물가지수도 실패했는데 10개를 또 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물가 고삐를 더 단단히 잡아야 한다”며 긴급 소집한 것이다. 하지만 ‘10개 품목 지자체별 공개’ 외에 다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발상을 전환해 물가구조 개선 방안을 발굴하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등의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차관급이었던 물가대책회의를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장관급 회의로 격상시켜 매주 개최할 것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7일께 박 장관이 주재하는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물가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기존 대책을 크게 뛰어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정부는 올 1월부터 매주 물가대책회의를 열어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대책을 찍어내는 기계는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별다른 대책이 없음에도 정부가 이렇게 물가대책에 더욱 ‘호들갑’을 떠는 것은 2008년 1차 물가난에 이어 올해 초 시작된 2차 물가난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4%를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다음달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 오는 9월부터는 기저효과(지난해 수치가 높기 때문에 올해는 낮아지는 것) 때문에 통계상 상승률은 3%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물가 수준이 뛰어버린 상태여서 체감물가는 여전히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해 저금리를 고집하면서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탓에, 지금은 이미 물가 통제가 어려운 상태인 것 같다”며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주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회의라도 계속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이렇게 하다가 별 내용이 없으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류이근 기자 shan@hani.co.kr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해 저금리를 고집하면서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탓에, 지금은 이미 물가 통제가 어려운 상태인 것 같다”며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주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회의라도 계속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이렇게 하다가 별 내용이 없으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류이근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