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
2년전 ‘사퇴압력’ 폭로한
정 회장의 ‘아킬레스건’
“연임준비” “화합뜻” 엇갈려
정 회장의 ‘아킬레스건’
“연임준비” “화합뜻” 엇갈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2009년 정준양 회장과 경쟁했던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이 1년5개월간의 야인생활을 접고 포스코에 복귀한다. 포스코건설은 윤 전 회장을 지난 18일 상임고문으로 임명했다고 20일 밝혔다. 포스코 안팎에선 정 회장과 껄끄러운 관계인 윤 고문을 새삼 불러들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고문은 정 회장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그는 2009년 1월 회장 후보자 최종결정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 실세들로부터 회장 후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정 회장을 밀어주기 위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사외이사들이 뽑는 표 대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정 회장으로선 내심 걸리는 대목이다. 이후 윤 고문은 명예직인 포스코건설 회장직을 1년 남짓 맡은 뒤 포스코 상임이사 임기가 끝나는 2010년 2월 퇴임했다. 보통 회장이나 사장직에서 물러나면 상임고문 1~2년, 비상임고문 1년을 보장해주던 ‘예우’는 유독 그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서울과 충남 서산 별장을 오가며, 포스코 쪽과는 연락을 끊은 채 생활했다. 이런 그에게 회사는 왜 지금 자리를 내주었을까? 포스코의 원로급 한 인사는 “윤 고문은 1년에 두 차례씩 있는 포스코 임원 출신 모임인 ‘중우회’ 자리에도 최근 발길을 끊은 상태였다”며 “정 회장이 화합 차원에서 불러들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회사 쪽도 “화합한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기가 미묘하다. 포스코건설 상임고문 자리는 2010년 4월 이후 공석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정준양 회장이 내년 초 회장직 연임을 바라고 있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는 시점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윤석만을 찾아가는 인사는 견제당할 정도였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상임고문으로 앉힌 건 정 회장의 연임 준비 과정에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정 회장 연임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복귀 시기도 포스코건설과 윤 고문 본인 사정에 따라 조정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윤 고문한테 상임고문직을 제의한 것은 포스코건설이 아닌 포스코 쪽이었으며, 상임고문 임명을 최종결정한 사람은 정준양 회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예랑 정혁준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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