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대비 임금지수 2007년 83→2011년 71로 감소
전체 노동자 대비 청년층 임금 하락…“양질의 일자리 필요”
전체 노동자 대비 청년층 임금 하락…“양질의 일자리 필요”
한 보험회사의 고졸 계약직 사원인 이수민(29)씨는 한달에 148만원을 번다. 지난 몇년 동안 영화사, 신용평가회사, 커피전문점 등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업무를 해왔지만 직장을 자주 옮겨서인지 월급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는 이씨와 비슷한 또래의 대졸 정규직 사원은 본인보다 두 배가량 받는다. 이씨는 요즘 대학 졸업장을 따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키우는 데 충실하려고 대학을 중도에 그만뒀다. 본인이 받는 월급으로는 자꾸만 오르는 집세와 외식비 등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럽다고 그는 털어놨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학력과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15~29살)에선 이런 현상이 훨씬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고졸이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층은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매년 3월 기준)를 바탕으로 청년층 임금 수준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청년층에서 고졸과 대졸의 임금 격차는 최근 4년 동안에 더 벌어졌다. 고졸 임금을 100으로 보고 임금 수준을 따져보니, 대졸자의 임금지수는 2007년 141에서 올해 150으로 늘었다. 그만큼 대졸자와의 격차가 커졌다는 얘기다. 또 청년층 정규직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비정규직 임금은 2007년 83이었으나 2011년에는 71로 줄었다. 이런 추이는 같은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의 학력과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보다 그 폭이 더 크다.
특히 고졸 출신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만성적인 저임금 노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은행권이 고졸 채용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은 대체로 창구업무를 맡는 비정규직이다. 2년 뒤 실적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대학 졸업 뒤에 입사하는 일반 정규직에 견줘 훨씬 낮은 수준의 대우를 받게 된다.
청년층의 임금 수준 자체가 악화되고 있는 현상도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볼 때 청년층의 상대적 임금은 2007년 78.2였지만 올해는 74.3으로 낮아졌다. 청년층의 명목임금 상승률이 전체 임금 상승률보다 낮은데다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2009년 이후 실질임금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층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 상대적으로 저임금 업종에 종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단순히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 치중한 정책보다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황보연 김지훈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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