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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본, 규제·공공성 강화한 사회 될 것”

등록 2011-07-27 19:45수정 2011-07-29 14:29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인터뷰
대지진뒤 기업환경 나빠져 제조업 한·중 협력 높일 계기
일 정부, 에너지정책 재검토 2030년 원자력 의존 20%로
데라시마 지쓰로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논객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70년대부터 필명을 얻기 시작했다.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등 민주당 인사들과 가깝다. 민주당 대외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하토야마 전 총리가 재임 당시 내세웠던 ‘동아시아공동체’론의 윤곽을 짜기도 했다.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미쓰이물산에 들어가 워싱턴 사무소장과 본사 상무를 지냈다.

지난 3월11일 일본을 덮친 대재앙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일본 사회에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사건이었다. 일본 최고 경제평론가이며 민주당 외교정책의 ‘막후 브레인’으로 불리는 데라시마 지쓰로(64·사진)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을 만나 대재앙 이후 일본의 변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재앙이 일어났다. 대재앙이 향후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

“리먼 쇼크는 금융세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일본 경제의 강점은 전통적으로 산업과 기술에 있다. 일본은 금융위기만으로 회복불능상태가 되거나 신뢰를 잃어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3월11일의 대재앙은 그보다 훨씬 큰 문제였다. 가장 큰 걱정은 이른바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다. 수많은 일본 제조업 공장과 협력업체들이 도호쿠 지역에 있었다. 피해 기업들이 그 지역에 다시 공장을 지을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향후 일본에서는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이고, 각종 세금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엔고도 지속되는 등 기업 환경은 훨씬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본 제조업이 일본을 떠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아시아, 예를 들면 한국이나 대만 같은 곳으로 가버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현상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이는 일본 기업이 한국의 벤처기업과 손잡고, 중국 기업과 기술을 제휴하는, 새로운 협력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것을 뜻한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일본 국민들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일본에 없었던 새로운 기업풍토와 시대인식이 생길 수 있다.”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한국과 일본이 경쟁관계에 있고, 역사적 앙금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는데, 그런 긍정적 시나리오가 현실적인가?

“한국과 중국이 번영하면 일본도 경제적 이득을 본다. 관광객 수만 해도 엄청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을 보지 못하고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삼성과 소니의 대결구도 같은 식의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물론 동아시아공동체가 당장 유럽연합처럼 된다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2년 전 만난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같은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며, 일본은 친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도 그럴 게 독일은 패전 이후 프랑스 등과 협력해 2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주도국가가 됐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과 중국과 친구가 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는가? 아쉽게도 그걸 못 한 채 21세기를 맞은 게 일본의 비극이다. 겉으로 우정이 어떠니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모든 것을 토해놓고 껄끄러운 부분까지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당장 이게 힘들면 작은 노력들을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한다.”

-3·11 대재앙 이후 전문가들은 두 가지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하나는 일본 경제가 어려워지면 규제완화와 감세 등의 요구가 나오면서, 한국의 구제금융 직후 같은 시장주의적 노선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하나는 한신대지진 이후 비정부기구들이 보여준 공동체주의적인 흐름이 커지고 국가의 역할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신 생각은 어느 쪽인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앞으로 일본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계기로 문명사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에너지 정책을 자연에너지, 재생가능한 에너지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 지난해 6월 일본 정부는 2030년 전력수급의 50%를 원자력이 맡는다고 했다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20%로 줄였다. 또 전체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의미이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던 도쿄전력이 기업으로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영적 판단 때문에 낡은 원전 모델을 고수하다가 사고가 터졌다는 비판이 많다. 기업활동에 있어 기본 중의 하나가 에너지다. 여기에 대한 정부 개입 강화는, 앞으로 정부가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가 강화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계획경제까진 가지 않더라도, 규제와 공공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본다. 이 또한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대학살을 떠올리며, 일본 사회가 폐쇄적으로 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관동대지진 이후 재일조선인 6천명이 학살됐다. 그걸 답습하면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이번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 등 주변국들이 모두 온정의 손길을 건넸다. 일본인들에게도 관동대지진 때와 같은 불안과 공포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미움받고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일본은 충분히 부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기업활동에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는 11월15일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도, 이웃나라가 행복해지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옆 나라가 잘돼야 자신도 잘된다는 진심어린 생각이 동아시아 공동체의 첫걸음이다.” 도쿄/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사진 일본총합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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