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회장
조남호, 청문회 직전 출국
회사도 “귀국 시기 몰라”
정리해고 문제 풀 길 없어
회사도 “귀국 시기 몰라”
정리해고 문제 풀 길 없어
‘회장님’의 행방이 묘연하다. 29일 현재 조남호(60·사진) 한진중공업 회장은 44일째 외국 출장 중이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다. 야당에 이어 한나라당까지 이날 “조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불러 세우겠다”고 나섰고, 30일엔 ‘3차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정작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조 회장은 자취를 감췄다.
조 회장이 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은 지난달 17일이었다. 그날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그를 닷새 뒤 국회에 출석시키기로 결정한 날이었다. 조 회장은 같은 달 20일 공문을 통해 “6월17일부터 7월2일까지 일본, 유럽 등으로 출장을 가게 돼 국회 출석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결국 환노위 전체회의와 청문회는 무산됐다. 그 뒤 40여일이 지났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 쪽은 “싱가포르, 일본 등지를 돌아다니며 외국 선주사와 선박 기자재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지에서 다음 일정을 잡기 때문에 귀국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한진중공업 대표이사다. 회사 쪽은 “정리해고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재용 조선담당 사장이 청문회에 나가면 될 일”이라고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누가 봐도 조 회장이다. 그는 한진중공업 외에 계열사 3곳의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당장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왜 외국을 전전하고 있는 걸까? 회사 쪽은 “평소에도 1년의 절반 이상은 외국에 나가 있곤 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여러 관계자들은 “다른 조선업체들의 경우에도 최고경영자가 40일 넘게 장기 출장을 가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직접 발로 뛰면서 선박 수주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강덕수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이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만 해도 1년에 넉달 이상을 외국에 머물지만 2주 이상의 장기 출장은 없다. 정치공세에 부담을 느낀 ‘도피성 출장’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로 과거 여러 기업인들이 이런 수법을 썼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1999년 출국했다가 2005년에야 귀국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도 지난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출국했다가 넉달 만에 귀국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뿐 아니라 재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솔직히 조 회장의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조 회장 행태를 빌미로 기업가들을 싸잡아 매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예랑 김재섭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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