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경상남도 김해시 휴롬엘에스 공장에서 송해복 최고경영자가 휴롬원액기 부품을 들고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휴롬 제공
기업현장 휴롬
2008년 원액기 출시 뒤
2년새 매출 4.5배 ‘껑충’
홈쇼핑 활용도 성장요인
2008년 원액기 출시 뒤
2년새 매출 4.5배 ‘껑충’
홈쇼핑 활용도 성장요인
지난 20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있는 휴롬 사옥에서 만난 김영기 회장은 멜론 주스 한잔을 내줬다. 이 멜론 주스를 만든 기계가 바로 휴롬원액기다. 지난 2008년 말 선보인 이 제품은 과일을 갈지 않고 눌러서 짜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과일과 닿는 스크루 부품 길이가 기존 제품보다 짧아져, 과일 맛을 더욱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원액기는 사실 이 회사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 휴롬은 회사 설립 이후 과일이나 야채 즙을 짜내는 기계 시장에 집중해왔다. 첫 출발은 야채 즙을 짜내는 녹즙기였다. 1974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뒤 텔레비전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던 김 회장이 찾아낸 게 바로 녹즙기였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생존할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본 것이다.
김 회장은 자신의 정체성 역시 사업가라기보다는 발명가에 두는 편이다. 김 회장은 “요즘엔 아예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나는 개발에만 전념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녹즙기 시장에 뛰어든 지 1년쯤 지난 1994년 위기가 찾아왔다. 이른바 ‘녹즙기 중금속 파동’이 터졌다. 녹즙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장 자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궁리 끝에 녹즙기라는 이름을 생즙기로 바꿔도 봤지만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다. 결국 오랜 고전 끝에 원액기를 출시하고 나서야 비로소 성장의 기회가 다시 열렸다.
2008년 말 원액기 출시는 회사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계기였다. 자회사인 휴롬엘에스까지 합치더라도 지난 2006년엔 매출이 83억6700만원에 그쳤으나, 원액기가 출시된 2008년엔 매출이 130억17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09년 313억5400만원, 2010년 591억3900만원으로 매출 증가세엔 탄력이 붙고 있다.
김 회장은 홈쇼핑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휴롬처럼 소비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처지에서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 경로를 뚫는 일이 힘들 뿐더러 비용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대신 홈쇼핑에선 자사 제품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데 주력했고, 품질이나 납품기일도 정확히 지켜 신뢰를 얻어냈다. 공장 생산라인을 보여주던 송해복 대표는 “대형마트 같은 유통 업체에서는 휴롬 같은 중소기업 제품이 매대를 차지하기 어렵다”며“지금 생산하고 있는 물량 대부분이 홈쇼핑에서 주문을 받은 뒤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투자다. 공장 한편에는 연구개발센터가 완공돼 내부 시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앞으로 40여명의 연구·마케팅 인력이 일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홈쇼핑에선 반짝 인기를 끌다가도 한순간 몰락하는 제품이 수두룩하다”며 “긴장감을 유지해 연구 개발에 힘쓰는 것만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김해/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