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매입 저축은행 PF 채권의 추가 대손충당금
올해 전수조사로 부실채권 충당금 1조1천억 늘어
정부, 충당금 적립 유예시한 3년서 5년으로 연장
“시한 연장은 부실 폭발 시점 대선 뒤로 미루는 것”
정부, 충당금 적립 유예시한 3년서 5년으로 연장
“시한 연장은 부실 폭발 시점 대선 뒤로 미루는 것”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5조5000억원가량 사들인 뒤 저축은행들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3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연착륙을 명분으로 충당금을 쌓는 만기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이를 ‘폭탄 돌리기’로 보는 시선도 만만찮다.
8일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소속 박선숙 의원(민주당)은 금융감독원 문서검증을 통해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실태조사 및 처리방안’ 내부 보고서를 확인하고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 전수조사로 새로 드러난 부실 채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만 1조1000억원이며, 캠코가 지금껏 네 차례에 걸쳐 사들인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에 대해 쌓아야 할 추가 대손충당금 규모는 2조9849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손충당금이란, 회수가 안 될 위험을 고려해 대출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익용으로 운용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을 말하는데, 완전히 부실화된 것으로 판명되면 대출자금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2008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에 대한 전수조사를 세 차례 실시했으며, 캠코는 이를 바탕으로 부실 채권을 장부가격의 50~90% 수준에서 사들였다. 저축은행은 부실 채권을 높은 가격에 캠코에 팔 수 있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 채권을 팔았던 가격에 되사야 한다. 대손충당금을 한꺼번에 쌓기가 힘겹기 때문에 잠시 캠코에 떠넘겼다가, 유예 기간 동안 충당금을 나누어 쌓은 뒤 이를 다시 사들이기로 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유예 기간을 3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당장 올해 말부터 내년 6월까지 1조8849억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마감 시한이 돌아오자, 이를 5년으로 연장했다. 이는 저축은행들이 유예 시한 동안 충당금을 다 쌓지 못해 대거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에 가깝다.
금융당국은 이런 연장 방침을 ‘연착륙 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이를 ‘폭탄 돌리기’로 바라보는 시선도 상당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선 급하니까 대손충당금 쌓는 기한을 5년으로 연장하고,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유예도 5년으로 늘려놨다”며 “당장 목숨줄을 연장할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대형화된 저축은행의 수익 기반이 사라진데다 상당수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부실 폭탄이 터지는 걸 그저 미루는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숙 의원은 이와 관련해 “충당금 기한 연장은 저축은행 사태를 내년 총선과 대선 이후로 미룬 것”이라며 “정부는 폭탄 돌리기를 그만하고 저축은행 문제를 국민에게 솔직히 드러낸 뒤 국민적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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