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의원 분석…최태원 2위
재벌들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이 도입될 경우 누가 가장 많은 세금을 내게 될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8일 ‘정부 일감 몰아주기 과세방법 평가 및 납부세액 보고서’에서 어떤 방식으로 과세하든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가장 많은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2004년 상속·증여세법의 완전포괄주의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주식가치 증가분에 과세할 경우 총 7287억원, 영업이익 증가분에 과세할 경우엔 858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주 조세연구원의 정책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한상국 전북대 교수가 제안한 주식가치와 영업이익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 방안을 토대로 산출한 세금이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두 방안 중 하나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상장회사인 글로비스의 지분 31.9%를 비롯해 현대엠코와 현대위스코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했을 경우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각각 7038억원, 437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각각 5084억원, 478억원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에스케이시앤시의 지분 44.5%를, 정 회장은 글로비스의 지분 20.3%를 비롯해 현대엠코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정희 의원실이 일감 몰아주기 비율과 기업의 덩치, 상장 여부, 총수 일가의 지분율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9개사 12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을 선정해 분석한 결과 주식가치 증가분에 과세하는 게 영업이익 증가분에 과세하는 것보다 10배 가까이 세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의원실은 “주식가치 증가분을 증여가액으로 하는 방안이 상장주식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에 가장 큰 세액을 부과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일감 몰아주기는 대부분 비상장 회사에서 발생해 비상장 회사에 대한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발의한 상증법 개정안을 토대로 할 경우 한 교수의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세금보다 두배 가까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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