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전면 재검토 필요”
환경부는 2009년 5월2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조성방안을 보고했다. 녹색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명품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에서였다. 이어 한달 보름 만에 강릉시 경포지역이 시범도시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초 녹색도시 모델 개발 및 기본구상을 확정해 발표했고, 연말에 개발 계획도 수립했다. 환경부는 교통·에너지·주택을 저탄소형으로 개편하는 이 사업에 지난해 1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실제 집행된 예산은 4억8000만원이었고, 쓰지 않은 예산을 뜻하는 불용액은 절반을 넘는 5억2000만원이었다. 국토해양부와 비슷한 용역이 중복된 탓이었다. 또 총 1조원이 투입될 녹색도시 조성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었다. 일단 ‘삽’을 먼저 뜬 것이다.
11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0년도 재정사업 평가’를 보면,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의 부처간 예산 중복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예산정책처는 녹색도시 조성 사업에 대해 “처음부터 용역 내용의 중복 등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비록 개별 사업의 담당 부처도 다르고 개별적으로는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500억원 이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체 사업에 대한 사전적이고 전반적인 통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행정안전부와 산림청 등 4개 부처가 지난해 15억원을 투입한 4곳의 녹색마을 조성사업은 중복 우려뿐 아니라 주민 동의 미충족, 졸속 집행 및 부실화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받았다.(<한겨레> 6월15일치 4면)(☞ 관련기사 보기 무늬만 ‘녹색사업’…예산 65%가 ‘콘크리트 사업’ ) 또 총리실이 지난해 74억원을 들여 추진한 녹색성장 사업추진과 환경부의 ‘녹색성장 및 환경정책연구개발’ 사업은 ‘녹색성장 관련 포럼 운영’, ‘배출권 거래제도 관련 분석’ 등 비슷한 연구용역 과제가 중복돼 있었다.
이 밖에도 15억원이 투입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신재생에너지·발광다이오드(LED) 등 녹색성장 분야 전문대학원 육성사업과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자원인력양성 사업, 비케이(BK)21사업,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의 지원분야가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녹색성장 관련 기관들의 기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사·중복 사업들 가운데 통합 및 조정을 통한 업무 효율화나 차별화를 꾀하지 못할 경우, 국회가 예산액을 삭감하는 등 예산 편성 여부를 신중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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