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 그룹사들이 사재를 출연해 5천억 원 규모의 사회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만들기로 한 가운데 정진홍 재단준비위원장이 16일 서울 현대계동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립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현대 일가·그룹사 5천억 출연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오너 가족과 ‘현대일가’ 그룹사들이 500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만든다. 16일 현대중공업과 케이씨씨(KCC), 현대백화점,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산업개발 등 11개 회사 사장단은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고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재단설립 기금 500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정몽준 전 대표(2000억원)와 그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6개 계열사(2380억원)가 출연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케이씨씨(150억원), 현대해상(100억원) 등 현대 일가의 다른 기업들이 380억원을 내고,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상영 케이씨씨 명예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다른 가족들도 240억원을 출연한다. 장자 격인 정몽구 회장(현대자동차그룹)과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현대그룹)은 참여하지 않았다.
재단설립준비위원장인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달 초 집안어른 제사 때 (오너 일가가) 모여 자연스럽게 재단 설립을 결정한 걸로 안다”며 “기업들마다 형편에 차이가 있어 (현대차 등은) 참여하지 않은 것뿐 재단의 문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의 대선 행보와 재단 설립을 연관짓는 일부 해석에 대해 정 교수는 “정 전 대표는 재단 설립 과정이나 이사회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금을 많이 낸 사람이라고 재단이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산나눔재단은 2~3주 안에 재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사들로 ‘재단이사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 영화배우 안성기씨,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재단설립준비위원을 맡고 있다. 재단설립준비위원회는 “아산 정주영의 도전정신을 이어받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나눔의 복지를 실현하고 청년들의 창업 정신을 북돋워주겠다”고 재단 활동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977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지금까지 의료·교육사업을 펼쳐온 것처럼, 아산나눔재단이 사회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열린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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