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인수 않겠다”…대금 4000억 낼 곳 없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서 손 떼기 위해 관련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삼성그룹의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분 매각 실현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탓이다.
삼성 쪽이 인수 유력후보로 내심 기대하던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6일 긴급회의를 열어 “직접 인수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중기중앙회가 자칫 중소 엠아르오업체들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어서다. 다만 중기중앙회는 중견·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할 경우엔 외곽지원을 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4000억원을 웃도는 인수금액을 마련할만한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기중앙회 고위관계자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 컨소시엄 구성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등 대기업들을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을 냈던 중소상인단체들의 태도는 더 강경하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엽합회 엠아르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아이마켓코리아 매각은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삼성이 순간적인 위기만 벗어나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누가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소모성 자재를 일괄구매하면서 납품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이상,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란 게 이유다. 중소상인들 입장에선 오히려 대기업들이 “1차 계열사를 제외하고 거래처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지난 6월의 사업조정안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부에선 외국계 엠아르오업체나 사모펀드 인수를 점치기도 하지만, ‘상생’을 내세운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계 안팎에선 “삼성이 매각계획을 철회하는 편이 현실적”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아이마켓코리아를 아예 청산하거나, 사업조정안대로 계열사 구매대행만 하라”고 삼성에 요구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구매대행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닌 만큼,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그만두거나 에스케이처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편이 매각보다 더 나아보인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