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보다 17조 늘어…2금융권·신용대출 증가
‘6·29 대책’도 무용지물…“금리 인상이 대안”
‘6·29 대책’도 무용지물…“금리 인상이 대안”
정부의 고삐 죄기에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줄지 않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생계형 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전셋값 폭등으로 전세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이 가계 빚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금융불안으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대출을 받아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더 키우고 있다. 당국은 아직까지는 금융안정을 해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증가세가 지속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2분기 중 가계신용’을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카드사 및 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87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약 17조8000억원이 늘어나 잔액은 8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증가세가 여전하고,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있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2금융권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전분기에 견줘 주택담보대출이 1조9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 기타 대출이 9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은 “최근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이, 은행보다는 비은행 중심으로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며 “내수 침체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자영업자가 운영자금을 가계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득이 줄면서 신용대출로 생활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전국 가구 가운데 적자가구 비율은 26.2%에 달한다. 네가구 중 한가구는 지출이 소득보다 많아 빚을 내야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기관들이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하며 고객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탓도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은행마다 지점이 1000개씩이나 돼 지점당 1억원씩만 해도 1000억원이 순식간에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정부가 지난 6월29일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2조3000억원으로 지난 2월 이후 6개월째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12일 현재 2조원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담보설정료를 7월부터 은행이 부담하게 돼 6월 수요가 7월로 미뤄져 증가세가 높아졌다”며 “마이너스통장 한도 여유분이 주식투자 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정부 대책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점도 신규 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며 “가계대출은 금리를 올려 통제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데 통화 당국이 금리를 올릴 수 없다 보니 은행을 쥐어짜는 식의 미시적인 행정 조처로 갈 수밖에 없고 그만큼 부작용과 잡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전세대출도 8.3% 증가
5개 은행 한달새 2600억↑…전셋값 상승 탓
지난달 5개 시중은행의 자체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8%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 등 5개 시중 은행의 자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을 보면, 지난달 말 현재 3조3980억원으로 6월 말(3조1378억원)에 견줘 8.3%(2602억원)나 증가했다. 한 달 동안 전세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0.4%의 21배 수준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인 0.6%에 비해서도 14배에 이른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신한은행은 6월 말 9961억원이던 잔액이 1조1061억원으로 11.04%(1100억원) 늘었다. 하나은행(7.37%), 국민은행(6.44%), 우리은행(5.19%)도 전달보다 5%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이 1.38%에 이르렀던 농협은 전세자금대출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농협은 6월 말 1402억원이던 잔액이 7월 말 1713억원으로 한 달 사이 22.18%(311억원) 늘어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전세자금대출은 전달에 견줘 8%가량 줄어들었는데 올해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원래 7월은 이사 비수기인데도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사 시기를 앞당긴 가구가 많아진데다 전셋값이 큰폭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자금대출 수요도 늘어나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 중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은 148억원에 불과하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459억원과 704억원에 그친다. 농협은 대출 여력이 모두 소진됐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전세대출도 8.3% 증가
5개 은행 한달새 2600억↑…전셋값 상승 탓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