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위기 시나리오별 한국경제 전망
‘둔화’ 가능성에 무게 최악 ‘더블딥’ 우려도
‘둔화’ 가능성에 무게 최악 ‘더블딥’ 우려도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뒤 재침체하는 현상)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은 4.1% 그치며,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면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대 수준으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3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글로벌 재정위기의 파급영향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내어,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의 모습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국내 경제 여파를 분석했다. 첫번째는 ‘세계경제 회복세’ 시나리오로, 미국이 2%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유럽의 재정위기는 해소되며 중국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이다. 둘째는 ‘세계경제 둔화’ 시나리오로, 미국이 성장률 1% 안팎에 그치며 ‘소프트 패치’(일시적 어려움)에 빠지고 유럽의 재정위기가 지속되지만 중국은 물가안정과 경기 연착륙에 성공하는 경우다. 세번째는 ‘세계경제 더블딥’ 시나리오로,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침체에 빠지고 유럽의 재정위기는 확산되고 중국은 경기 급락세를 타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 보고서는 첫번째 시나리오는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으며, 두번째 시나리오에 무게를 실어 우리 경제 여파를 분석하되 최악의 상황인 세번째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었다.
먼저, 세계경제 둔화 시나리오 아래서 우리 증시는 일정기간 뒤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채권시장은 단기적으로 국채 수익률의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은 외험회피 성향으로 당분간 절하 압력을 받다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로 절상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이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4%(4월 전망치)에서 4.1%로 낮아지고, 물가는 4.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증시는 큰 변동성을 겪다가 장기 침체에 빠지고, 채권시장은 장기적으로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급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총생산 성장률도 3%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신용평가회사인 한신정평가도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주요 산업별 모니터링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내어 “세계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 저축은행·신용카드·할부·리스사 등 비은행권이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외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 영향이 큰 건설·디스플레이·반도체·조선·항공운송·해상운송 등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축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담과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에 부실 가능성이 높은 점이 지적됐다. 카드사들은 자금조달을 국내 회사채 발행에 크게 의존하는 점이 위협적이다. 이밖에 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수요 회복을 기대했으나 최근 사태로 기대치에 이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도시가스·소매유통·식음료·주류·패션의류 등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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