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7월보다 42억달러 줄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보다 수입 증가폭이 더 커지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 여건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식경제부는 8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달에 견줘 27.1% 늘어난 464억달러, 수입은 29.2% 늘어난 456억달러로 8억달러의 무역 흑자(통관 기준)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19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흑자폭은 전달보다 무려 55억달러나 급감했다. 수출액도 한 달 새 42억달러 줄었다.
흑자폭 감소는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와 액정디바이스의 수출액이 각각 -14.1%, -21.5%를 기록하는 등 아이티(IT)의 부진이 컸다. 반면 수입은 대부분의 품목이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항공기와 부품은 172%, 돼지고기는 92%, 의료는 4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해마다 8월은 여름휴가 등 계절적 요인으로 무역 흑자가 전달에 비해 크게 감소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며 “올 290억달러 흑자, 무역액 1조달러 달성은 무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세계 경제 둔화로 앞으로 수출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6%로 크게 낮춘데 이어, 내년 성장률도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금은 또 유로존의 성장률도 당초보다 0.1%포인트 낮춘 1.9%로 하향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는 이보다 낮은 1.7%를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의 경기 둔화에도 신흥국의 성장에 힘입어 수출을 계속 늘려왔지만 앞으론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우리 수출의 비중이 높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다”며 “수출은 하반기 이후 더 안 좋아질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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