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시스템 개발에서 설치까지 공장 자동화와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오스트리아 토종기업 크냅(KNAPP)의 물류창고 앞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로 반출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크냅은 매출의 20% 가까이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물류강소국 오스트리아를 가다
비엔아르·엔엑스피반도체 등
자동제어 기술로 비용 절감
국제물류 10년뒤 2배↑ 기대
한국 23위 아직 걸음마수준
비엔아르·엔엑스피반도체 등
자동제어 기술로 비용 절감
국제물류 10년뒤 2배↑ 기대
한국 23위 아직 걸음마수준
한해 4조달러 규모의 세계 물류시장은 연평균 7%씩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물류 강국이 즐비한 유럽에서 알프스 자락의 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가 첨단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을 앞세워 신흥 물류 강자로 발돋움하는 것은 급팽창하는 세계 물류시장의 흐름을 제때 간파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오스트리아 북서부의 시골마을 에겔스베르그에 자리잡은 비엔아르(B&R) 본사. 세계 60개국에 150개 지사를 둔 비엔아르는 일반 산업 공정과 공장 자동화에 필수적인 통합 제어시스템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공장 한 켠에 최첨단 저장·반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대형 물류창고에는 직원이 거의 없다. 반면 기술개발센터는 400명의 엔지니어들로 북적인다. 피터 거처 부사장은 “통합 제어기술은 물건 배송과 보관, 선박의 컨테이너 하역까지 다양한 물류 처리 작업에 활용된다”며 “우리는 알스톰, 네슬레, 코카콜라 등 고객사의 요구에 최적화된 자동제어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잘츠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300㎞ 떨어진 그라츠에 본부를 둔 엔엑스피(NXP)반도체는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등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제조업체가 모든 공급망에서 하루 수천, 수만 건에 이르는 라벨 포장을 정확하게 읽어 철저한 제품 관리를 하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다. 연구개발에만 연간 5억5000만달러 이상의 집중 투자와 3000명의 인력을 투입한다.
오스트리아 기업들의 핵심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는 자동화로 물류비를 아끼려는 세계적 수요 폭증에 따른 것이다. 국제 물류시장 규모는 2008년 3조6000억달러에서 2010년 4조3000억달러로 커졌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 8조1000만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조현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오스트리아는 서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을 발판 삼아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견주면 한국 물류 산업은 경제 규모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물류시장 규모는 740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2%에도 못미쳤다. 같은해 세계은행 조사에서 수출 7위 한국의 물류 경쟁력은 23위에 머물렀다. 양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 기반 핵심 물류 기술은 대부분 외국기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주요 선진국들이 물류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는 반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의 급부상과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으로 물류시장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오스트리아 기업들의 선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물류기술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성진 한경대 총장(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미래 물류산업의 성장을 가속화시킬 핵심 기술은 자동화, 표준화, 지능화”라며 “관련 정책과 연구개발 분야를 통합하는 협의 기반을 구축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잘츠부르크 그라츠/글·사진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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