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재벌 소유-지배구조 분석해보니 재벌 소속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조항에 대해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재벌 금융계열사가 고객이 맡긴 돈으로 사들인 계열사 주식이 재벌총수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핵심 구실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계열사들이 재벌의 소유-지배 왜곡을 불러오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공개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정보’를 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23개 그룹이 금융보험사를 갖고 있으며, 이 중 13개 기업집단 소속의 29개 금융보험사가 78개 계열회사에 출자해 평균 12.58%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재벌 소속 금융보험사의 평균지분율은 12.58%로 지난해보다 2.64%포인트 늘었고, 출자금도 2조4307억원으로 692억원 늘어났다. 소속 금융회사를 활용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29개 금융사가 78개 계열사 출자 12.58% 지분
삼성그룹, 5개 금융사가 27곳에 1조2756억원‘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등 5개 금융계열사가 27개 계열사에 모두 1조2756억원을 출자해, 13개 기업집단 금융보험사 전체 출자금(2조4307억원)의 53.47%를 차지했다.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재벌 가운데 삼성 금융계열사의 출자금이나 출자회사 수가 가장 많다. 이는 규모면에서 2위인 동양의 금융계열사 출자금 6143억원의 2배에 이른다. 삼성의 경우,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4%를 갖고 있으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각각 7.23%와 1.26%, 삼성생명과 삼성투신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각각 4.80%와 0.10%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 소속 금융보험사가 주력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주력회사가 계열사에 출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금융계열사가 지배구조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금융계열사의 계열 출자액이 4068억원이었으나,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에 8700여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1년 사이 출자금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동부그룹은 4개 금융사가 9개 계열사에 1449억원을, 현대차는 1개 금융사가 4곳에 1227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이석준 기업집단과장은 “재벌 소속 금융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총수의 경영권 강화나 보호 등에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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