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10분에 받았다”
정부를 비롯한 전력당국이 지난 15일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 앞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초동대처에 실패한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력당국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처음 인지한 시각은 15일 오후 1시5분께다. 하지만 전력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한국전력거래소가 주관부처인 지식경제부에 일차 보고한 것은 2시30분. 금쪽같은 1시간30분을 흘려보낸 것이다. 보고를 받은 지경부가 보인 자세도 안이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당시엔 전압조치 등으로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특별히 정전 조치 없는 쪽으로 하기로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중경 장관은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출석해 “2시50분께 (전력거래소로부터) 다시 전화가 와서 ‘상황이 괜찮아졌다’고 했지만, 20분 뒤인 3시10분에는 ‘아무래도 (전력을) 끊어야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결국 3시11분에 첫 순환정전이 실시됐다.
하지만 전력거래소의 설명은 지경부와 사뭇 달라 두 기관 간에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나서는 모습마저 나온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어제 오후 2시30분께 예비전력이 급속하게 감소하자, 지경부 과장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이 급하게 돌아간다는 취지로 설명했었다”며 “이후 예비전력 상황이 조금 호전됐지만, 2시50분께 다시 급속히 악화된 상황에서 지경부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각단계’(1급)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알렸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2시30분 이후부터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지경부에 주지시켰다는 주장이다. 염 이사장은 “지경부 과장이 ‘사정이 그러하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 사이 한전은 거래소로부터 2시55분에 정전 계획을 처음 통보받았다.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산하기관인 거래소로부터 정전 조치 계획을 3시 전에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지경부와 전력거래소가 진실공방을 벌일 만큼 당시 일사불란한 대응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피해 규모도 애초 정부 발표치에서 계속 수정되고 있다. 지경부는 애초 정전사태 당일인 15일 오후 3시11분~7시56분 실시된 순환정전으로 인한 피해 가구가 전국적으로 162만가구라고 밝혔으나, 하루 뒤인 16일엔 국회에 212만호라고 늘어난 수치를 보고했다. 하지만 이날 총리실은 정전 규모가 총 656만호에 이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1757만)의 약 37%로, 지경부 수치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약 5시간 동안 30분 단위로 동시 정전된 가구가 가장 많을 때 212만호였고, 가장 적을 때는 52만호였다”고 설명했다.
♣H6s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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