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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지경부-전력거래소 모니터 ‘예비전력 수치’ 달랐다

등록 2011-09-19 21:08수정 2011-09-20 10:45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가운데)이 19일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 지식경제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전 감사가 끝난 뒤 감사장을 떠나자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왼쪽)과 김중겸 한전 사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가운데)이 19일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 지식경제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전 감사가 끝난 뒤 감사장을 떠나자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왼쪽)과 김중겸 한전 사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감서 드러난 총체적 부실
지경부는 명목 예비전력
거래소는 ‘실시간 수급’ 표시
“매뉴얼 기준은 명목 예비율”
김진표 의원 “참 한심한 일”
지난 15일의 전력대란은 한번의 어쩔 수 없는 실수가 아니었다. 위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등 전력수급 체계의 문제점이 구조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전력당국은 서로 다른 예비력 수치를 기준으로 대응하는 등 위기관리 시스템이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지경부와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선 정전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둘러싼 ‘진실과 거짓’이 속속 드러났다. 전력거래소는 의원들의 추궁에 이전에도 공급능력엔 포함되나 실제 가동이 중단된 허수를 뺀 실제 예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졌던 적이 더 있었다고 실토했다. 이는 다시 말해 순환정전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이번과 같은 전국적인 동시정전(블랙아웃) 직전의 위태위태한 상황이 이전에도 있었다는 얘기다. 가동이 중단된 발전소의 발전능력까지 포함된 ‘명목 예비력’이 지난해 12월 말과 올해 1월 초 200만㎾대까지 떨어진 것을 고려할 때, 당시 실제 예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위급한 상황은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덮였다. 이번엔 실질 예비력이 이전보다 더욱 낮은 24만㎾까지 떨어지면서, 순환정전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대응체계의 총체적 부실이다. 실제 예비력이 이미 사고 당일 오후 1시35분부터 100만㎾ 이하인 96만㎾로 떨어지면서 예비력이 0~100만㎾일 때의 ‘심각’(1급·적색) 대응 단계로 치달았다. 오후 3시를 넘겨 실제 순환정전 조처가 취해진 뒤에야 100만㎾ 이상의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경부는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지경부는 3시가 돼서야 전력거래소로부터 정확한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지경부의 전력수급 모니터에 나타나는 예비력은 1시35분께도 393만㎾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력수급의 최고결정권을 쥔 지경부 모니터와 전력거래소의 실시간 수급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수치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지경부 모니터에 뜨는 수치는 명목 예비력으로 하루 전날 전력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져 가동이 완전 중단된 영남·인천·울산 화력발전소의 발전량 등 202만㎾뿐만 아니라 더위로 출력이 떨어진 복합발전소의 부풀려진 허수 발전량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허위보고’ 시비가 불거졌다. 사후 지경부에선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을 전력거래소로부터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실’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지경부는 실제보다 300만㎾ 이상 과장된 수치를 보면서, 전력거래소로부터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첫 보고를 받았을 때 “예비력 수준이 아직 여유가 있다”고 ‘오판’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의 모순을 당연한 것처럼 설명하는 전력당국의 자세다. 전력거래소 쪽은 비상조처 매뉴얼의 기준이 명목 예비력이라고 주장했다. 지경부는 이렇게 수치가 부풀려지는 구조를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며 “명목 예비력이 100만㎾이면 실제는 전국적인 동시정전에 빠지게 되는데, 명목 예비력을 기준으로 매뉴얼을 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날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또 지경부가 사전에 명목과 실제 예비력의 차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야당 의원 사이 설전으로 한때 정회가 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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