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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페르시아만 바닷물을 ‘사막의 생명수’로

등록 2011-09-22 20:29수정 2011-09-29 22:22

UAE 루와이스 200만㎡거대 물공장 가동 시작
폐열·폐증기 이용한 ‘다단증발방식’ 친환경 기술
22곳에 450만톤 규모…하루 1500만명 이용 가능
무덥고 끈끈한 날이었다. 찜통처럼 달아오른 땅은 이글거리며 타올랐고,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사막은 끝없이 펼쳐져 하늘에 닿았다. 수은주가 영상 46℃를 가리키던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아부다비가 위치한 서남쪽을 향해 자동차로 세 시간여를 내달려 도착한 루와이스는 뜨겁고도 황량했다.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바로 이 척박한 땅의 끝자락에서 페르시아만을 향해 열려 있었다. 2008년 7월 아부다비 수력청이 발주한 8억달러 규모의 민자 담수 프로젝트를 수주한 두산중공업은 지난 8월 말 33개월에 걸친 공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200만㎡에 걸쳐 조성된 이 거대한 ‘물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물은 45만4600t에 이른다. 하루 1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배석영 현장소장은 “물이 굉장히 부족한 중동에서 해수담수화 설비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물은 아부다비 전역으로 공급돼 식수와 생활용수 등으로 쓰인다.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이산화탄소, 폐기물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고 이 과정에서 남은 바닷물은 다시 바다로 흘려보낸 뒤 그 물을 또다시 끌어들여 사용하는 순환구조다. 물을 얻기 위해 해수를 가열할 때도 주변 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폐열과 폐증기를 이용한다.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바닷물에서 담수를 생산해 사막에 생명의 물줄기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200만㎡에 걸쳐 조성된 아랍에미리트연합 루와이스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 전경(위).
200만㎡에 걸쳐 조성된 아랍에미리트연합 루와이스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 전경(위).
두산중공업이 바닷물에서 물을 얻는 방법은 ‘다단증발방식’이라는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냄비나 주전자에 물을 끓일 때 찬 뚜껑에 닿은 수증기가 액화돼 물이 되는 원리다. 해수 취수장을 통해 바다에서 끌어온 바닷물을 증발기로 옮겨 여러 단계의 증발·응축 과정을 거쳐 담수를 생산한다. 선권영 시설부장은 “증발기 속 절대압력을 0에 가깝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물이 100℃가 아닌 40℃에서도 쉽게 끓는다”며 “바닷물을 끓이기 위해 다량의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인근 발전소의 폐열과 폐증기만으로도 충분한 양의 물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얻어진 증류수는 미네랄 등을 첨가하는 과정을 거쳐 마실 수 있는 물로 새롭게 태어난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13억8500만㎦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97.5%가 바닷물이다. 사람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인 하천이나 호수의 수량은 0.007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빙하, 만년설, 지하수 등으로 존재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산하 기구인 국가정보자문회의(NIC)는 지난 3월22일 물의 날을 맞아 2025년이면 30억명이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곡물 생산량의 30%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30억명은 현재 전세계 인구의 40% 이상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인류에게 닥칠 재앙의 시간이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이곳 물이 공급돼 잔디와 가로수가 자라는 두바이 푸른 도심(아래).
이곳 물이 공급돼 잔디와 가로수가 자라는 두바이 푸른 도심(아래).
이 때문에 지구에 있는 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닷물을 이용해 마실 물을 만드는 해수담수화 사업이 물 부족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30년 아랍에미리트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중동 전역에 걸쳐 총 22개의 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했다. 이들 전역의 담수생산용량은 450만t 규모로 하루 1500만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40%)다. 지난 13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인 마라피끄와 8000만달러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수주에도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이 물을 공급하는 아부다비와 두바이 도심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외곽과 달리 타들어갈 듯한 기후에도 푸른 가로수와 잔디로 넘쳐난다. 비밀은 모든 가로수 아래에 연결돼 있는 검은 호수와 잔디밭 곳곳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다. 이를 통해 날마다 두세 차례씩 물이 공급된다. 바로 이런 담수플랜트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물은 생명을 불러들이고, 생명은 물을 필요로 한다. 뜨거운 땅에서, 생명은 푸르고 강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두바이/글·사진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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