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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위기의 세계경제…풀 돈도 소방수도 없다

등록 2011-09-23 20:46수정 2011-09-24 01:21

뉴스 분석 IMF 총재 “3년 전 금융위기보다 위험한 국면”
재정난·경기침체 ‘이중 덫’
금융시장 패닉상태 빠져
신흥국으로 위기 전염중
22일(현지시각) 낮 12시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건물 안에선 직원과 기자 수백명이 1층 로비에서 진행한 영국 <비비시>(BBC)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월드 디베이트’에 귀를 쫑긋 세웠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하루 앞두고 수렁에 빠진 세계경제를 구할 묘안을 기대하는 눈빛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해결책을 던져주지 못했다. 그는 바로 앞선 기자회견에서 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3년 전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세계경제가 ‘이중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빠르게 전염되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뒤 재침체)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세계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는 형국이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각국은 나랏돈을 풀어 고비를 넘겼지만, 이젠 풀 돈이 없고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구세주도 없다. 2008년보다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경제가 지금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흘 전 국제통화기금은 세계경제에 강한 위험신호를 보냈다. 세계 1, 2위 경제권인 유럽연합(EU)과 미국 경제가 올해 각각 1.5%,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은 내년에도 사실상 정체에 가까운 1.1%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세계경제가 위험 지역에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 경제가 중대한 하방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병 상태를 최종 확인하는 듯한 이러한 진단에 세계 금융시장은 극도의 불안감에 떨고 있다. 22일 미국과 유럽에 이어 23일 아시아에서도 주가가 3~5% 안팎 하락하는 등 세계 증시는 크게 곤두박질쳤다.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들의 국채와 은행채의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470억달러(약 530조원)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연준이 장기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4000억달러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에 실망감만을 안겨줬다. 미국은 내년까지 4조달러의 빚을 줄이는 긴축재정을 짜야 하는 처지에서 9%대의 높은 실업률과 1%대 낮은 성장률을 벗어나기 위한 재정확대 정책을 동시에 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증가 규모/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GDP 대비 국가부채 증가 규모/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G20 경제수장들 “국제공조로 대응” 선언문

유럽연합은 두달 전 4400억유로(약 700조원)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조성하기로 합의했지만, 여러 나라가 의회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유럽에선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1.25%인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실물경제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선진국들은 위기를 진화시킬 여력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앞두고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22일 워싱턴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실질적 해법은 유럽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우리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위기는 이미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중국과 인도의 올해와 내년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이날 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에 참석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예정에 없던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을 채택하고 세계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에 국제공조로 대응하자고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세계경제의 위기에 맞선 공조를 주문했다. 하지만 말의 공조가 아닌 실제 구속력 있는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이번 연차총회 회의장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다.

워싱턴/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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