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21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는 생소한 통화정책을 내놨습니다. 연준이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인데 과연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는 기본적으로 연준이 보유중인 단기 채권을 매각하고 대신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채권을 매입하면 채권 가격은 오르는 반면 채권 금리는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내리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연준은 이미 최소 2년간 ‘제로 금리’ 정책을 천명했기 때문에 단기 금리는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게 돼 있는데, 이번 정책을 통해 장기 금리까지 낮추려는 것입니다.
연준이 장기 금리를 낮추려는 것은 소비와 투자를 진작해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컨대 장기 대출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기존 모기지 구입자들의 채무상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택 구입 수요를 늘릴 수 있고, 또 기업들에는 투자 시기를 앞당기거나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전통적으로 은행 간의 1일물 대출에 부과하는 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인하 또는 인상함으로써 일반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연방기금금리가 변하면 이에 따라 시중의 단기 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바뀌고, 이는 다시 장기 금리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반면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이와 정반대의 경로로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연준이 직접 개입해 장기 금리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61년 존 F. 케네디 행정부 시절에 처음 실시됐습니다. 당시 ‘트위스트’라는 춤이 유행했는데, 연준이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를 ‘비튼다’는 점에서 트위스트라는 용어가 차용됐습니다.
그럼, 이번 연준의 정책은 성공할까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정책 발표 직후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연준의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장기 채권 매입 규모가 4000억달러로 애초 예상보다는 규모가 많지만, 연준이 추가적인 통화팽창을 위한 무기를 소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연준의 1차적 정책 의도는 장기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투자를 진작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만 보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한다는 점에서는 1차적 의도는 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와 투자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경제주체들이 이렇게 실망감을 드러낸다면 경제회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가 트위스트처럼 신나게 춤을 추려면 파트너와 호흡이 맞아야 하는데, 이번 연준 정책은 지금으로선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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