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면서 전망한 경제성장률 4.5%는 민간 전망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종전보다 낮춰 잡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볼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총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6.8% 증가(전망치 기준)한 205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경제 실질성장률 4.5%(경상성장률은 7.6%)를 핵심 근거로 한다. 김동연 재정부 예산실장은 “내년도 실질성장률은 (애초) 4.8%에서 수정된 수치”라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보다 각각 0.1%, 0.2%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내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성장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와 엘지(LG)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똑같이 3.6%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내다봤다. 이들 연구소는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주요 근거로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세계 경제의 침체로 위축될 것이란 점을 꼽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세계 경제가 ‘새로운 위험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4.3%로 예상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유독 정부만 경제가 내년에 나빠지더라도 올해만큼은 ‘선전’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를 너무 낙관적으로 잡게 되면 세수 차질로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내년도 이후인 2013~2015년에도 경제가 4.5%씩 성장하면서 국세 수입은 8.1~8.9%씩 늘어날 것으로 중기 국세수입을 전망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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