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5년 3조원대 공사 맡겨
‘감점제도’ 사실상 유명무실
‘감점제도’ 사실상 유명무실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일삼는 대기업들에게 감점을 줘 정부 사업 수주를 제한하려는 정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조달청에 따르면, 2007~2011년 하도급 거래 상습 법위반 사업자(이하 상습 위반자) 22개 업체가 모두 124건, 3조1850억원의 국가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해 조달청에 통보한 상습 위반자 가운데 수주 실적 1위인 대우건설은 지난 5년 동안 낙동강 살리기 사업 성주·칠곡 지구 공사 등 모두 67건, 2조8639억원의 사업권을 따냈다. 이어 성지건설(1023억), 우방(389억), 이수건설(384억), 티이씨건설(311억), 한울종합건설(224억), 양우건설(220억) 등도 상습 위반자 가운데 수주 금액이 컸다. 상습 위반자는 주로 하도급 업체에 대금과 지연이자 미지급 등의 유형을 띠고 있다.
상습 위반자는 과거 3년간 하도급법 위반으로 경고 이상의 조처를 3회 이상 받은 사업자 가운데 벌점 누적 점수가 4점을 초과하는 경우에 선정된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이들 명단을 조달청에 넘기면, 조달청은 입찰 사전 심사 때 100점 만점에서 5점을 감점한다. 업체가 최종 90점을 넘지 못할 경우에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 정부는 1993년부터 시행해온 이 제도를 강화하려 지난해부터 상습 위반자에 대한 감점을 2점에서 5점으로 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 상습 위반자 가운데 감점을 받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달청 관계자는 “상습 위반자가 감점을 받아 사전심사에서 탈락한 경우는 없다”며 “업체 스스로 평점을 매겨 된다 싶은 경우에만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에너지 효율 등 다른 부분에서 가점을 받아 감점을 상쇄한다. 또 일단 사전심사만 통과하고 나면 이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불이익 기간도 1년간 한시적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규모가 큰 회사는 하도급 거래 위반으로 감점을 받아도 다른 부분에서 쉽게 만회한다”며 “상습 위반자에겐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5년 동안 하도급법 위반으로 과징금 부과를 받은 사업체들이 정부로부터 시설 공사를 수주한 금액도 76건에 1조2845억원에 이른다. 과징금 부과자는 정부 사업을 수주하려 할 때 사전심사에서 1~3점 감점을 받도록 돼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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