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제이(CJ)아지트 ‘튠업’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래야’팀의 공연 모습. 씨제이문화재단 제공
[한겨레특집] 기업, 문화를 만나다
‘대중예술 전공’ 씨제이, 음악·영화·뮤지컬 등 지원강화
홈플러스 110곳 지역 문화센터를 평생교육스쿨로 육성
크라운-해태, 기업주 국악사랑이 국악대중화 사업으로
‘대중예술 전공’ 씨제이, 음악·영화·뮤지컬 등 지원강화
홈플러스 110곳 지역 문화센터를 평생교육스쿨로 육성
크라운-해태, 기업주 국악사랑이 국악대중화 사업으로
문화사업을 펼치기 위해 출범한 씨제이(CJ)문화재단은 2009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홍대 근처 광흥창역에 ‘씨제이 아지트’라는 스튜디오를 열면서 예술인 지원 포트폴리오를 대폭 ‘구조조정’했다. 그간 영화·방송·음악 사업 등을 벌이면서 쌓은 대중문화 부문의 노하우와 접목시킬 수 있는 대중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문화지원 활동이 초기 단계를 지나 어느 정도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일컫는 메세나 역시 ‘선택’과 ‘집중’이라는 두 개의 열쇳말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막연하게 ‘배고픈’ 예술인이나 문화 소외계층을 지원한다는 명분에 매달려 나열식으로 여러 사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지원사업 분야를 특화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중이다.
■ 기업 ‘전공’ 살린 특화 추세 씨제이문화재단은 고전예술에서 대중예술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경우다. 씨제이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발레나 오케스트라 등 고전예술 분야의 지원을 차츰 줄이는 대신 신인 뮤지션을 지원하는 ‘튠업’과 신인 영화인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에스(S)’, ‘뮤지컬과 연극 분야의 신인 공연창작자를 지원하는 ‘씨제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새롭게 시작했다. 전동휘 씨제이문화재단 부장은 “고전예술은 비교적 여유 있는 환경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 기업들의 지원도 많이 늘고 있는 데 반해, 대중음악 쪽은 아직 지원이 빈약해 젊은 대중음악인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며 “씨제이가 가지고 있는 대중음악이나 영화 부문의 축적된 역량을 활용하면 효과도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튠업’은 다양한 장르의 신인 뮤지션들에게 선배 뮤지션과의 네트워킹, 음반 발매, 홍보 마케팅 및 공연 무대 등 뮤지션의 음악적 성장에 필요한 부분을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메세나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는 홈플러스가 꼽힌다. 홈플러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문화센터를 지역사회 문화예술 지원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름도 문화센터가 아니라 ‘평생교육스쿨’이다. 언뜻 프로그램을 보면 여느 대형마트 문화센터와 다르게 보이지 않으나, 홈플러스의 평생교육스쿨은 전국 125개 점포 가운데 110개 점포에 들어가 있다. 경쟁업체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도권 일부 매장에만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평생교육과 문화체험 기회 제공이라는 취지로 1999년 부산지역 1호점 설립 때부터 함께 문 연 평생교육스쿨은 문화교육시설이 부족한 지방 중소도시 점포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중소도시의 경우엔 강사진을 구하기 힘들어 문화센터 운영이 쉽지 않은데, 홈플러스에서는 전문강사진 교육에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와 지역 간 차이 없는 질 높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평생교육스쿨의 자랑거리다. 또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소외계층 대상의 무료 문화예술강좌 등도 수시로 열고 있다.
이밖에 크라운-해태제과는 윤영달 회장의 각별한 국악 사랑이 국악 대중화라는 기업의 특화된 문화지원 사업으로 뿌리내린 경우다. 크라운-해태제과는 2007년 민간기업 최초로 퓨전 국악단인 ‘락음국악단’을 창단했으며 해마다 전통 국악 명인들로 구성된 ‘대보름 명인전’과 퓨전국악공연인 ‘창신제’ 등 수준 높은 국악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 메세나 지원액 다시 증가세로 이처럼 기업들이 자신의 ‘전공’을 찾아가는 문화지원 사업에 나서면서 메세나의 양적 팽창도 눈에 띈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지난 8월 내놓은 2010년 기업메세나 현황자료를 보면 2003년 이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해마다 꾸준이 늘어나다가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두해 연속 감소했으나, 지난해엔 3년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2009년 1576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던 지원금액이 지난해에는 1735억100만원으로 10% 가까이 뛰었고 지원 기업 수도 2009년보다 44.3% 늘어났다. 지원액 합계(문예위 기부금 제외)를 지원건수로 나눈 건당 평균 지원금액은 2009년보다 갑절 가까이 늘어난 1억2006만원으로 늘었다.
분야별 지원 금액을 보면, 미술·전시 분야의 금액이 406억500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극장 등 인프라 시설 투자(398억원), 문화예술교육(346억원), 서양음악(220억원) 등의 차례였다. 기업이 출연한 문화재단의 지원액은 601억3001만원으로 총 지원액의 34.7%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문화재단과 엘지(LG)연암문화재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차례로 지원 금액이 많았다. 재단을 제외하면 평생교육스쿨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홈플러스를 비롯해 처음으로 지원 순위 10위권에 오른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문화홀과 갤러리 사업을 강화하면서 업종별 지원 금액이 가장 많았다. 유통업체들의 약진에서 볼 수 있듯, 마케팅 전략과 사회공헌활동을 접목시키거나 업종의 특징이나 장점을 메세나에 활용하는 ‘영리한’ 기업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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