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소비자물가지수
장을 보러 가 봅시다. 우유값이 또 올랐네요. 쌀도 그렇고 토마토도 올랐습니다. 배추와 무, 돼지고기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그래 봤자 예년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주유소에서 넣는 휘발유값은 최근 연일 올랐고, 계약기간이 다 돼가는 집은 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참으로 고단한 시절입니다. 이처럼 뭔가 잔뜩 오른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물가는 얼마나 뛰었을까요? 해답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매달 1일께 통계청이 작성해 발표합니다. 개인이나 가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매번 장을 보면서 ‘오늘은 ○○가 얼마나 올랐구나’ 정도로 일부 상품의 가격변동은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놓고 봤을 때 한 개인이 물가 전체의 변동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한 개인은 자신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만 알 수 있을 뿐,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매달 조사하는 상품과 서비스 품목은 489개에 이릅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37개 도시에서 조사가 이뤄집니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금반지 등은 5, 14, 23일이 포함된 주 가운데 하루를 택해 매달 3차례 조사를 진행하고, 집세는 매달 초순, 공업제품은 중순, 서비스는 하순께 가격을 조사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05년의 물가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2.4였습니다. 2005년과 견주면 물가가 22.4% 상승한 것이지요.
소비자물가지수는 통상 전년동월 대비로 물가상승률을 따집니다. 물가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됩니다. 농산물은 품목마다 수확 시기가 다르고, 통상 7~8월 등 여름철은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채소와 과일 등의 작황이 나빠져 가격이 크게 뛰기 때문에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야 정확한 증감 폭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물가지수 평가 항목을 5년 주기로 바꿉니다. 물가 통계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인데요. 예컨대 공중전화 통화료는 지금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물가 항목에는 들어가 있죠. 이런 것을 빼고, 스마트폰 이용료 등을 넣는 식입니다. 그런데 12월1일 발표할 새 소비자물가지수를 두고 ‘꼼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를 계기로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한 품목을 빼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품목을 추가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금반지를 기준 품목에서 제외하고,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사라져 가격이 떨어지는 수입 자동차와 와인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근원물가지수(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도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등을 제외할 방침입니다. 이런 이유로 ‘물가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통계 개편을 통해 물가 상승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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