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 일대 조성·여의도 6배
도립공원 28% 공원구역 해제
휴양·의료관광·카페타운 계획
사업비 절반 환경·생태와 무관
도립공원 28% 공원구역 해제
휴양·의료관광·카페타운 계획
사업비 절반 환경·생태와 무관
정부가 강원도 강릉에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사업이 생태·환경 보전과는 거리가 먼 관광시설 조성 사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도시 조성을 이유로 자연보존지구 등 도립공원구역까지 해제해, 정부가 녹색도시 취지에 맞지 않게 난개발을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의 ‘강릉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종합계획(안)’을 보면, 정부는 2020년까지 강릉 경포호 일대를 녹색도시로 만든다는 목표아래 경포호 북쪽 저동에 ‘녹색비즈니스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단지에는 워터파크 등 휴양시설을 비롯해 호텔, 콘도, 대형 주차장, 타워형 전망대, 저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현재 녹지로 가득한 사천면 산대월리 일대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외에 의료관광단지가 조성된다.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의료스파 시설과 종합건강관리센터인 웰니스 센터, 아토피 헬스케어센터, 영화관, 타운하우스 등 ‘녹색’과 거리가 먼 사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경포호 남쪽 초당동 일대에는 숙박형 한옥문화 체험공간이 만들어지고, 심지어 분당, 일산 등 신도시와 서울 강남, 홍대 등 도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카페거리도 조성된다. 정부는 관동8경 가운데 한곳인 경포대 주변에 커피나 와인 등을 파는 ‘카페 타운’을 만들어 예술의 거리로 꾸민다는 방침이다.
이들 상업·관광 위주의 사업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약 4700억원에 달한다. 총 사업비 1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전체 사업 가운데 ‘경포호 생태습지 복원사업’ ‘위촌천 저류지 조성사업’, ‘지방하천 정비사업’, ‘고향의 강 사업’ 등 녹색도시로 선정되기에 앞서 강릉시와 정부가 이미 해오던 사업들을 빼면 그 규모는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온실가스와 탄소배출량을 줄여 생태·환경을 살리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상업·관광 관련 사업비가 더 많은 것이다.
이 도시에 들어서는 휴양시설, 호텔, 아파트 등 건축물도 일반 도시 건축물과 크게 차별성이 없다.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아니다. 경포도립공원 일대에 조성할 이른바 ‘녹색길’도 자연 그대로의 길이 아닌, 특수 아이콘과 고무블록 등을 재료로 포장한 산책 및 자전거길에 불과하다. 특히 ‘녹색관광농업’ 사업은 커피 재배 육성에 초점이 맞춰있다. 비닐하우스나 온실이 필요한 커피 재배의 특성상 오히려 탄소배출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녹색도시 터는 경포호 일대 1830만㎡다. 이는 강릉 전체 면적의 1.7%이자, 여의도 면적의 6배 크기의 규모다.
특히 강원도는 이런 사업들을 벌이기 위해 강릉시가 제출한 ‘강릉시 공원계획 변경안’을 지난달 승인했다. 이에 따라 경포도립공원 전체 면적(940만㎡)의 27.54%(260만㎡)가 공원구역에서 해제됐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번에 해제된 지역은 대부분 집단시설지구로 자연공원으로서 보전 가치가 적었던 곳”이라며 “지구단위로 묶어 개발하면 녹색도시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동 자연보존지구와 초당동 자연환경지구 등 이번에 해제된 개발제한구역은 그동안 각각 군사·통신시설과 종묘장만 제한적으로 들어설 수 있어 자연생태계와 경관이 양호하게 유지돼 온 지역이다.
심헌섭 시민환경센터 사무국장은 “녹색도시를 만든다면서 각종 관광·레저 시설을 짓고,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할 공원규제를 해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개발이익을 노린 거대 자본이 들어오게 되면 강릉은 녹색이 아닌 ‘회색도시’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은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레저·문화시설 조성과 같은 토건사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 녹색도시인 브라질 쿠리치바처럼 녹지확충, 환경보호, 에너지절약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릉/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심헌섭 시민환경센터 사무국장은 “녹색도시를 만든다면서 각종 관광·레저 시설을 짓고,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할 공원규제를 해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개발이익을 노린 거대 자본이 들어오게 되면 강릉은 녹색이 아닌 ‘회색도시’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은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레저·문화시설 조성과 같은 토건사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 녹색도시인 브라질 쿠리치바처럼 녹지확충, 환경보호, 에너지절약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릉/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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