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 지분 ‘조건없는 매각’ 무게…방식·절차 규정없어
증권선물위, KCC·DM파트너스엔 ‘장내 공개매각’ 명령
금융당국, 론스타 ‘먹튀’ 방관에 시민단체 “직무유기” 반발
증권선물위, KCC·DM파트너스엔 ‘장내 공개매각’ 명령
금융당국, 론스타 ‘먹튀’ 방관에 시민단체 “직무유기” 반발
#장면 1. 2004년 2월, 금융위원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증권선물위원회는 케이씨씨(KCC·금강고려화학) 대주주와 계열사가 보유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해 옛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다. 당시 현대그룹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던 케이씨씨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식 대량 보유 변동 보고 시한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당시 증선위는 문제의 지분을 같은 해 5월20일까지 처분하되 시간외매매·통정매매 등을 빼고 장내 공개매각 방식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부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다.
#장면 2. 2008년 4월, 증선위는 디엠(DM)파트너스가 보유한 한국석유의 지분에 대해 옛 증권거래법에 따른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경영참가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였으면서도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였다고 허위신고 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증선위는 문제의 지분을 같은 해 8월25일까지 장내 공개매각 방식으로 처분하도록 조건부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다. 디엠파트너스는 “투자 목적은 투자자의 주관적 의사로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면서 법원에 항소했지만 패소했다.
금융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한도초과 보유 지분에 대해 현행법의 한계를 들어 ‘조건없는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낌새가 짙어지면서, 일부 정치권과 시민노동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제쳐놓더라도 주가조작 유죄 판결에 근거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때도 ‘장내 공개매각 방식’ 등으로 조건부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에 대한 강제매각 명령 사전통지 기한이 7일 종료돼, 금융위의 결정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증선위가 지난 2004년과 2008년 옛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케이씨씨와 디엠파트너스에 대해 이번 론스타 건과 거의 유사한 법률적 조건 아래서 조건부 강제매각 명령을 내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론스타 같은 사례에서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매각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법대로 할 뿐이다. (론스타가) 소송을 걸어서 지면 우리가 국제적으로 망신당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조건없는’ 강제매각 명령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론스타는 금융당국의 강제매각 명령을 받아들이되 기존에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팔기로 했던 계약을 그대로 성사시켜,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징벌적 제재를 받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날 수 있다. 반면, 장내 강제매각 명령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매각이 어려워져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옛 증권거래법도 처분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 따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현행 은행법 조항과 똑같다”며 “옛 증권거래법이나 현행 은행법이 금융위에 부여한 강제매각 명령 권한에는 처분 방식을 지정하거나 제한하는 권한도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가 소송을 걸어온다고 해도 승소 가능성이 충분한데, 금융위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조건없는 강제매각 결정을 내린다면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법률적 검토가 진행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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