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땐 미국식 민영의료보험 이식 우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둘러싸고 미국식 민영의료보험체계의 한국 이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근호(11월14일)미국 의료보험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현지 르포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끈다.
기사 내용을 번역해 전제한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가까이에 있는 스포츠 아레나 외곽에서는 매일 수천명이 긴 줄을 늘어서고 있었다. 10월17일 일자리와 함께 의료보험을 잃은 사람들이 무료로 치과와 안과 진단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벤트 ‘엘에이 무료 클리닉’을 예약하러 몰려온 것이다. 실업률이 13%에 육박하는 로스앤젤레스. 일본과 같은 국민개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일자리를 잃어버리면 근무처에서 가입하고 있던 의료보험도 함께 잃는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약 840만명.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0% 가까운 시민이 무보험이다. 56살의 여성 레니 모렛트는 4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달렸다. 실업자가 된 지 수년이 됐다. “32개 치아가 충치로 지금은 17개뿐이다. 지역 병원에서 무료인 것은 발치뿐이다. 2년 이상 치료 받지 못해 치통을 참고 있다. 저소득자라면 유방암 검진 등은 무료로 해주는 병원도 있지만 치과와 안과는 안된다.”
그녀의 입가를 보자 앞니가 빠져 커다란 틈이 보인다. 저소득층용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제도는 치과와 시력검사를 위한 안과진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즉, 치과와 안과 진료는 실업자에게는 사치품. 충치의 고통과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의 불편을 감당한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역의 비영리단체 ‘케어 나우’가 주최하고 있는 이 이벤트는 무보험자에게 치과의사와 안과의에게 검진받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5천명 가까이가 예약을 끝낸 며칠 뒤, 거대한 스포츠 아레나에 발을 들여놓자 마치 야전병원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의사와 간호사 등 800명 이상의 의료관계자가 자원봉사자로서 참가했다. 아레나 중앙의 치과 코너에는 레크레이션 의자에 앉아있는 환자가 쭉 늘어서 있다.
치과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토니 오스틴(43)은 3살의 아들을 둔 싱글마더. 영화업계에서 일을 했지만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 현재는 산타모니카 칼리지와 유시엘에이(UCLA) 등 두곳의 대학에서 간호사 학위를 따기위해 공부중이다. 의료보험은 있지만 치과진료는 포함돼 있지 않다. 앞니 충치의 고통을 진통제로 수개월 견뎠다.
“치과는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데 간호학생인 내 보험으로는 커버할 수 없다. 충치 한개를 자비로 치료하면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 도저히 돈을 낼 수 없다. 대학 치과도 학생이라도 무료로는 진료해주지 않는다.” 오스틴은 치과의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 낸시 루이스(59)는 유방암 검진을 끝내고 골밀도의 측정 부스에서 줄을 섰다. 오랜 세월 중산층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무보험이다. 병이 들지 않도록 식사와 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변호사 사무소의 직원으로서 10년간 일한 뒤 뉴욕주의 정치인 비서로서 20년간 경력을 쌓았지만 4년 전에 주의 재정감축으로 실업중이다. 그 전에 이미 실업한 남편을 경제적으로 보살펴왔지만 주택론을 내지 못해 아파트도 잃어버려 이혼했다. 딸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해 딸과 동거하며 청소, 보모 ‘알바’를 하면서 정식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동안 해온 일의 실적도 있지만 현재의 불황 아래서는 50살을 넘기면 일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청소와 보모와 관련한 비지니스를 창업할 생각이다. 4년이나 일을 하지 않았더니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 몇십년이나 쌓아온 화이트칼라의 경력을 고수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무료 클리닉은 이제 빈곤층에게만 한정된 이벤트가 아니다. 환자중에는 엠비에이(MBA·경영학 석사) 학위 소지자도 있다.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사람중에도 치과, 안과 보험이 없는 사람이 많다. 안과 코너에 줄을 서고 있던 테레사 훅스(57)는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기밀문서 등을 다루는 사무직을 하고 있었다. 리먼브러더스 쇼크 뒤 구조조정으로 2년 전에 실업했다. 현재 쓰고 있던 안경은 3년 전쯤에 만든 것이다. 최근에 앞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운전하는 때는 굉장히 신경을 쓴다.” 자동차사회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필수품. 무료 클리닉에서는 검진부터 새로운 안경의 제작까지 무료. 3천명 이상이 새 안경을 주문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로 검진을 담당했던 남캘리포니아대학 안과의 제레미 호안은 “녹내장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메디케이드로 겨우 치료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안경은 사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무보험은 실업자에게만 한정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소매 최대기업인 월마트는 비용 삭감을 위해 주 근무 24시간 이하의 신규 파트타임 노동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현단계에서 보험에 가입한 월마트 사원 개인의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일자리를 잃어 직장 보험의 권리를 잃어버린 경우 다달이 내던 보험금을 모두 스스로 지불해 보험을 일정기간만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경우 월 600~800달러를 내야한다. 수입이 끊어진 가운데 고액의 의료보험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보험이 돼서 본인이나 가족이 중병을 앓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앞에서 말한 메디케이드에는 이용자의 소득심사가 있어 실업해도 어느 정도 자산이 있으면 이용할 수 없다. 급한 병이나 부상 등의 경우 구급병원을 무보험으로 이용해 치료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수천 달러 이상의 고액 청구서가 도착하는 경우도 많다. 병원과 직접 협상해서 할부금을 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병원은 회수업자에게 부채를 팔아 회수업자가 빚독촉에 나선다. 그 결과 자기파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사추세스 주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는 자기파산의 원인으로 50% 이상이 의료비였다. 오바마 정권이 지난해 통과시킨 의료개혁법에서는 현행 메디케이드의 확대를 포함해 국민이 사기업의 의료보험을 구매함으로써 현재 무보험 3천만명 이상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행에는 앞으로 10년간 9400억 달러가 필요해 공화당은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신법의 국민 보험가입의 의무화가 헌법에 위반한다는 소송도 제기돼 연방최고재판소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미 국민의 누구나가 치과의사에게 가볍게 다닐 수 있는 날은 아직 멀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치과는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데 간호학생인 내 보험으로는 커버할 수 없다. 충치 한개를 자비로 치료하면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 도저히 돈을 낼 수 없다. 대학 치과도 학생이라도 무료로는 진료해주지 않는다.” 오스틴은 치과의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 낸시 루이스(59)는 유방암 검진을 끝내고 골밀도의 측정 부스에서 줄을 섰다. 오랜 세월 중산층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무보험이다. 병이 들지 않도록 식사와 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변호사 사무소의 직원으로서 10년간 일한 뒤 뉴욕주의 정치인 비서로서 20년간 경력을 쌓았지만 4년 전에 주의 재정감축으로 실업중이다. 그 전에 이미 실업한 남편을 경제적으로 보살펴왔지만 주택론을 내지 못해 아파트도 잃어버려 이혼했다. 딸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해 딸과 동거하며 청소, 보모 ‘알바’를 하면서 정식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동안 해온 일의 실적도 있지만 현재의 불황 아래서는 50살을 넘기면 일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청소와 보모와 관련한 비지니스를 창업할 생각이다. 4년이나 일을 하지 않았더니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 몇십년이나 쌓아온 화이트칼라의 경력을 고수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무료 클리닉은 이제 빈곤층에게만 한정된 이벤트가 아니다. 환자중에는 엠비에이(MBA·경영학 석사) 학위 소지자도 있다.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사람중에도 치과, 안과 보험이 없는 사람이 많다. 안과 코너에 줄을 서고 있던 테레사 훅스(57)는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기밀문서 등을 다루는 사무직을 하고 있었다. 리먼브러더스 쇼크 뒤 구조조정으로 2년 전에 실업했다. 현재 쓰고 있던 안경은 3년 전쯤에 만든 것이다. 최근에 앞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운전하는 때는 굉장히 신경을 쓴다.” 자동차사회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필수품. 무료 클리닉에서는 검진부터 새로운 안경의 제작까지 무료. 3천명 이상이 새 안경을 주문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로 검진을 담당했던 남캘리포니아대학 안과의 제레미 호안은 “녹내장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메디케이드로 겨우 치료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안경은 사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무보험은 실업자에게만 한정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소매 최대기업인 월마트는 비용 삭감을 위해 주 근무 24시간 이하의 신규 파트타임 노동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현단계에서 보험에 가입한 월마트 사원 개인의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일자리를 잃어 직장 보험의 권리를 잃어버린 경우 다달이 내던 보험금을 모두 스스로 지불해 보험을 일정기간만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경우 월 600~800달러를 내야한다. 수입이 끊어진 가운데 고액의 의료보험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보험이 돼서 본인이나 가족이 중병을 앓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앞에서 말한 메디케이드에는 이용자의 소득심사가 있어 실업해도 어느 정도 자산이 있으면 이용할 수 없다. 급한 병이나 부상 등의 경우 구급병원을 무보험으로 이용해 치료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수천 달러 이상의 고액 청구서가 도착하는 경우도 많다. 병원과 직접 협상해서 할부금을 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병원은 회수업자에게 부채를 팔아 회수업자가 빚독촉에 나선다. 그 결과 자기파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사추세스 주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는 자기파산의 원인으로 50% 이상이 의료비였다. 오바마 정권이 지난해 통과시킨 의료개혁법에서는 현행 메디케이드의 확대를 포함해 국민이 사기업의 의료보험을 구매함으로써 현재 무보험 3천만명 이상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행에는 앞으로 10년간 9400억 달러가 필요해 공화당은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신법의 국민 보험가입의 의무화가 헌법에 위반한다는 소송도 제기돼 연방최고재판소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미 국민의 누구나가 치과의사에게 가볍게 다닐 수 있는 날은 아직 멀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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