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빼고나면 쓸 돈이 없어…’
저소득층의 엥겔계수가 소득정체와 물가상승으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통계청의 ‘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보면, 지난 3분기(7~9월) 1분위(하위 20%)의 엥겔계수는 22.8%로 2004년 3분기(2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란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르킨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형편이 어려워져도 먹는 것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엥겔계수가 높아진 주된 이유는 전체 소비지출의 증가폭보다 식료품비의 증가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3분기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8% 증가했으나,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7.0%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는 4.6%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2%)보다 높게 나타났다.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전체 가구의 엥겔계수도 15.0%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3분기 5분위(상위 20%)의 엥겔계수는 12.2%로 1분위의 절반에 불과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서도 0.2%포인트 줄어들었다.
김미선 에듀머니 팀장은 “엥겔계수가 오른 이유를 물가 상승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며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거나 정체되면서, 소비지출을 늘리지 못하는 더 큰 배경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료품값이 올라 엥겔계수가 높아질 수 있지만, 전체 소비지출이 줄어들 경우에도 엥겔계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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