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 교류 MOU 맺어
구글의 IT기술 활용 ‘미래형 경영시스템’ 구축
전세계 화상회의부터 가상제철소 구현 등 가능
구글의 IT기술 활용 ‘미래형 경영시스템’ 구축
전세계 화상회의부터 가상제철소 구현 등 가능
#1. ‘삐이익~’. 쇳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용광로 근처에 작업자가 접근하자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똑똑한 ‘가상 차단 장치’가 위험을 감지해 직원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2. ‘터키 공장 재고 ○○개’, ‘일본에 납품할 제품이 현재 바다 위 ○○지점을 지나고 있음’. 한 장의 디지털 지도 위에 세계 곳곳 포스코 제품들의 현황이 표시된다. 국제전화나 이메일 확인 없이도,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점검이 가능해진다.
포스코가 머지않은 미래에 만들려는 ‘스마트 철강회사’의 모습이다. 사무실은 물론이고 생산 현장에도 다양한 정보기술(IT)과 플랫폼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포스코의 작업 환경은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크게 바뀐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인 제조업에 최첨단 정보기술을 접목시켜 혁신을 꾀하려는 시도다.
포스코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도입 등을 검토해온 건 지난해 11월부터였다. 올 초에는 임원들이 구글 본사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관련회사 여러 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손잡을 최종 대상으로 선택한 게 구글이다. 지난 8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직접 1시간가량 만나면서 논의에는 속도가 붙었다. 이날 정 회장은 슈미트 회장에게 “스피드와 개방성을 중시하는 구글과 협력하고 싶다”며 “두 회사가 협력해 제철소의 아이티(IT)화를 완성한다면 새로운 기술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포스코 정보기획실 관계자는 “구글이 클라우드 서비스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회의문화나 일하는 방식 등에서 협업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회장들이 만난 지 불과 보름 만인 23일, 포스코와 구글은 ‘양사의 핵심역량을 교류해 창의적 협업, 지식노동자로 대표되는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을 구축하고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일단 ‘중장기 미래기술위원회’를 함께 구성해, 포스코에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도입할지를 결정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1년에 두 차례 이상 공동 워크숍을 열고, 구글 본사와 포스코 사이에 인력 교류도 추진한다. 구글 쪽은 포스코를 통해 사업영역을 기업 간(B2B) 시장, 동아시아로 확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글과의 협력에는 시스템관리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아이씨티(ICT)가 앞장선다.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소통·협업 관련 부문에 우선 도입된다. 기술 등의 핵심정보를 외부서버에 저장하는 것은 보안의 우려가 있는 탓이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임직원들은 가상 공간에서 개인용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피시 등을 통해 자유롭게 화상이나 음성 채팅·회의를 열 수 있다. 실시간 통·번역 기능도 지원된다.
구글의 검색·지도·3차원(3D)기술 등도 생산 현장에서 다양하게 응용된다. 예를 들어, 3차원 가상 제철소를 먼저 만들어 설비 도입, 장애 발생 등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식이다. 구글 지도를 통해 전세계 공장 재고파악과 제품 운송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도 있다. 포스코는 이런 기술 등을 바탕으로 기존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인 ‘포스피아’를 미래형 경영시스템인 ‘포스피아 3.0’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지난 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만난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두 회사의 협력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스코 제공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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