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론스타와의 합의안에서 4900억원 깎아
“생색내기 가격인하” 정치권·시민단체 반발
“생색내기 가격인하” 정치권·시민단체 반발
하나금융그룹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이 <다우존스>를 인용해 1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은 이날 “하나금융이 주당 1만1900원에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 51.02% 전부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쪽이 7월 합의한 인수가격은 주당 1만3390원씩 총 4조4059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한 주당 11% 수준인 1490원을 깎아 전체 가격은 3조9156억원으로 4903억원 낮아지게 된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2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재협상 결과를 의결하고 공시 과정을 거친 뒤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승유 회장이 론스타 관계자를 직접 만나 계약서에 서명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주말에 해외로 출국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만나 계약서에 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당국은 하나금융이 가격 재조정을 거쳐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하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한 점을 내세워 매매가격을 3조원대로 낮추자고 요구했고, 론스타는 4조원대를 고수해 협상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으면 은행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333조원에 이른다. 우리금융그룹(372조원)과 케이비(KB)금융그룹(364조원), 신한금융그룹(337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덩치가 비슷한 4대 금융그룹이 선도은행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또 하나금융은 프라이빗뱅킹·외환거래·무역금융 등 분야에서는 선두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외국 진출 역시 모두 22개국으로 늘어 가장 많은 국외망을 갖춘 금융그룹이 된다. 외국 점포 수는 36개에 이른다.
매각협상이 타결될 움직임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중단을 촉구하면서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도 “가격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며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먼저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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