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워크아웃 종료 확정 발표 이후 팬택 임직원들이 재도약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팬택 제공
채권단, 2138억원 규모 신디케이트론 전환 합의
4년8개월만에 정상화…박 부회장 복귀 가능성
4년8개월만에 정상화…박 부회장 복귀 가능성
지난 6일 오후,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긴급히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박 부회장은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명시적이진 않았지만 채권단에 불만이 적지 않은 듯 보였다. 박 부회장은 “내가 설립한 회사를 살릴 책임이 있기 때문에 워크아웃을 마칠 때까지는 견뎌야 한다는 오기로 버텼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끝난 지 10여 시간 뒤인 다음날 아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번 주에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 여부가 결정될 거라고는 했지만, 박 부회장의 퇴진 회견 다음날 나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팬택은 워크아웃 개시 4년8개월 만에 완전 경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박 부회장의 승부사다운 ‘벼랑끝 전술’이 승리한 셈이다.
전날 박 부회장의 퇴진 선언에 업계 사람들은 ‘회사가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정말 심신의 피로감으로 떠날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침 업계에선 채권단 내부에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박 부회장이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크게 3가지를 이야기했다. △피곤하다 △채권단에 감사하다 △대주주라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가 그것이다.
종합해보면 ‘채권단에 감사하지만 대주주인 채권단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데다 몸도 피곤해서’ 퇴진하겠다는 말이 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워크아웃을 앞두고 채무 변제를 위한 담보설정 문제를 놓고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좀 더 욕심을 내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채권단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워크아웃 종료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산업은행 쪽에선 한사코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 마찰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여태 박 부회장이 훌륭하게 해왔으니 더 해줘야 한다. 많이 안정화 시켜놨고 더 잘 할 사람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격 퇴진 선언 뒤 채권단의 팬택 워크아웃 종료 합의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산은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 결정은 계속 추진해온 것”이라며 “이미 정해져 있던 방향대로 결정한 것이고 어제 박 부회장의 사퇴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11개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팬택 채권단은 2138억원 규모의 워크아웃 채권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워크아웃 졸업안에 합의하고 팬택 쪽에도 통보했다. 워크아웃 채권이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되면 워크아웃을 자동으로 졸업하게 된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은 207억원의 개별담보를 신디케이트론에 필요한 공동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 문제가 박 부회장의 퇴진 선언을 부른 것으로 추정되는데, 결국은 그의 퇴진 선언이 모종의 역할을 한 셈이 됐다.
박 부회장의 ‘벼랑 끝 전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해도 좋을 듯하다. 지난 2009년 퀄컴이 로열티 미지급금 7626만달러를 출자전환하도록 만드는 과정도 비슷했다. 워크아웃 개시 직후인 2007년 5월 출자전환을 담판 짓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박 부회장은, 퀄컴의 폴 제이콥스 회장을 만나 “칩 값을 못 준다”고 주저앉아버렸다. 그러고선 “팬택이 망하면 퀄컴도 좋을 게 없다. 칩 값 없으니 출자전환해달라”고 떼 아닌 떼를 썼다. 결국 퀄컴을 팬택의 대주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자신의 지분 4500억원어치를 포기한 일이나, 퇴진 선언을 하며 1000억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놔버린 것 등도 그의 승부사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박 부회장의 퇴진 선언이 그가 그렇게 강조하던 ‘기업의 목숨’은 살렸지만 그는 회사를 그냥 떠날 것인가.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졸업이 결정된 7일 팬택에 출근하지 않았다. 팬택 관계자는 “아마도 워크아웃 종료 결정 뒤 긴장이 풀어지면서 피로도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며 “어딘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말대로라면 이제 그에겐 연말까지 남은 20여일 팬택 업무를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채권단에 대한 압박용으로 ‘퇴진 카드’를 꺼내들었다면 사의를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구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쪽에서도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 그가 더 필요하며,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유임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6일 긴급기자회견에서 박 부회장이 전체 지분의 10%인 스톡옵션은 포기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한 것 역시 사의 철회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휴식기간이 얼마나 될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 퇴진 뒤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계획된 퇴진 선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단 퇴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한 뒤에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 복귀할 수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팬택시앤아이 같은 자회사는 자리가 잡힐 때까지 최소한 몇 개월간 경영을 할 계획”이라거나 “지금까지는 회사일만 생각해도 바빴다. 우선매수청구권 문제는 쉬면서 계산해도 될 것 같다”는 그의 말이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그가 사퇴 선언 뒤 쉬면서 워크아웃 졸업 이후의 팬택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혹여 채권단이 차기 경영자로 나를 다시 지목해도 난 쉬겠다. 잠을 좀 편히 자고 마음을 추스르고 싶다”며 “쉰 연후에 추후 어떻게 할 건지 말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퇴진하더라도 우선청구매수권을 쥐고 있는 한 팬택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철 김영배 기자 nowhere@hani.co.kr
박 부회장의 퇴진 선언이 그가 그렇게 강조하던 ‘기업의 목숨’은 살렸지만 그는 회사를 그냥 떠날 것인가.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졸업이 결정된 7일 팬택에 출근하지 않았다. 팬택 관계자는 “아마도 워크아웃 종료 결정 뒤 긴장이 풀어지면서 피로도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며 “어딘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말대로라면 이제 그에겐 연말까지 남은 20여일 팬택 업무를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채권단에 대한 압박용으로 ‘퇴진 카드’를 꺼내들었다면 사의를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구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쪽에서도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 그가 더 필요하며,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유임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6일 긴급기자회견에서 박 부회장이 전체 지분의 10%인 스톡옵션은 포기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한 것 역시 사의 철회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휴식기간이 얼마나 될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 퇴진 뒤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계획된 퇴진 선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단 퇴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한 뒤에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 복귀할 수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팬택시앤아이 같은 자회사는 자리가 잡힐 때까지 최소한 몇 개월간 경영을 할 계획”이라거나 “지금까지는 회사일만 생각해도 바빴다. 우선매수청구권 문제는 쉬면서 계산해도 될 것 같다”는 그의 말이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그가 사퇴 선언 뒤 쉬면서 워크아웃 졸업 이후의 팬택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혹여 채권단이 차기 경영자로 나를 다시 지목해도 난 쉬겠다. 잠을 좀 편히 자고 마음을 추스르고 싶다”며 “쉰 연후에 추후 어떻게 할 건지 말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퇴진하더라도 우선청구매수권을 쥐고 있는 한 팬택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철 김영배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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