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지에스(GS)25와 세븐일레븐 매장 도시락 진열대에서 고객들이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지에스(GS)25·세븐일레븐 제공
끼니를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때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의 경우, 올 1~11월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7% 늘었다. 같은 기간에 지에스(GS)25의 도시락 매출은 96.7%, 세븐일레븐은 123.8%나 늘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 판매가 빠르게 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최민호 세븐일레븐 홍보팀 과장은 “2008년 4분기부터 직장인들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그 뒤로 도시락 매출이 해마다 배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 이용 계층도 다양하다. 보광훼미리마트가 분석한 연령대별 도시락 구매율을 보면, 20~30대가 54.1%로 가장 높았고, 40~50대가 30.5%로 그 뒤를 이었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오후 2시의 도시락 판매율이 24.4%로 가장 높고, 저녁 6시~밤 10시가 17.5%로 뒤를 이었다. 점심 뿐만 아니라 저녁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넘기는 소비자들도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적고, 품질도 좋아진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직장인들은 식사시간을 줄이려고 도시락을 찾는 경우도 많다. 서울에서 4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아무개(29·여)씨는 “점점 업무량이 많아져 빨리 먹고 빨리 일을 끝내려고 일주일에 두세번은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다”며 “점심과 저녁을 도시락으로 때우면 저녁 8시에 퇴근할 것을 7시나 6시반으로 당길 수 있고, 맛과 질도 예전보다 좋아져 괜찮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편의점 도시락도 소비자 입맛에 맞춰 다양해지고 질도 개선되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에선 올해 소불고기 도시락(2500원), 제육볶음 도시락(2500원), 양념한입돈까스 도시락(2900원)이 각각 도시락 판매 순위 1·2·3위를 차지했다.구제헌 보광훼미리마트 일배식품팀 주임은 “이 제품들은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메뉴이자 푸짐해보이는 외관 때문에 인기가 많다”며 “한식에 국한하지 않고 양식, 일식, 중식 메뉴들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에스(GS)25에선 올해 김혜자 제육볶음 도시락(2800원), 김혜자 등심돈까스도시락(2800원) 실속 왕꼬치도시락(2300원) 순으로 많이 팔렸다. 지에스(GS)25의 상품기획담당자 김태형씨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내년에도 도시락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9개 종류인 도시락 제품을 다양화하고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에선 이수근 광영불고기 도시락(2800원), 이수근 보성녹돈제육볶음 도시락(2800원), 이수근 담양떡갈비 도시락(2800원) 순으로 인기다. 세븐일레븐 홍보팀 조윤정 대리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편의점 경쟁 속에서 당사만의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도시락”이라며 “세븐일레븐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도시락 개발이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이 도시락 시장의 성장을 예상해 뛰어드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중견 원양수산회사인 ㈜동원수산은 일본 최대 도시락 전문업체인 플레나스와 손잡고, 내년 1월 도시락 전문 체인점 회사 ‘와이케이푸드서비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윤형식 동원수산 부사장은 “요즘 88만원 세대와 1인 가구들이 증가하면서 식당메뉴보다 다양하고 값싼 도시락을 찾는 쪽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있고, 특히 도시락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판매가 느는 특성이 있다”며 “베이비부머들이 예비창업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감안해, 50대들이 안심하고 창업할 수 있는 도시락 사업을 벌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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