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2~8%p 늘어
43개산업 시장집중도 94%
“시장규모 클수록 심해져”
43개산업 시장집중도 94%
“시장규모 클수록 심해져”
정유, 자동차, 전자제품 등 시장규모가 큰 산업일수록 몇몇 대기업들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설탕 등 새로운 기업의 진입 없이 독과점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돼온 산업 분야에선, 소수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통계청의 2009년도 ‘광업·제조업 조사’ 자료 등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맡겨 분석한 결과를 보면, 승용차(91.9%), 원유 정제처리업(82.3%), 전자집적회로 제조업(85.5%) 등에서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CR₃·시장집중도)가 지난 2006년보다 각각 2~8%포인트씩 늘어났다. 현대·기아자동차, 에스케이에너지와 지에스칼텍스 등 몇몇 대기업들의 시장장악력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조사대상인 474개 산업의 시장집중도를 평균한 수치도 55.4%로, 2006년(51.6%)보다 상승했다. 이는 산업별 시장규모(출하액)에 가중치를 둬서 평균을 낸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시장규모가 큰 산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독과점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5~2009년 독과점 구조가 유지된 43개 산업의 시장집중도 평균은 93.6%로, 전년도(92.9%)보다 증가했다. 상위 1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독과점 산업에 포함된다. 상위 3개사 점유율이 100%인 맥주, 설탕, 청주, 펄프, 피아노 제조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 독과점 기업들은 이익을 많이 남기면서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이유로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43개 산업의 순부가가치비율은 31.7%로 광업·제조업 평균(28.5%)을 웃돌았지만, 연구개발투자비율은 정유 0.15%, 위스키 0.43% 등 평균 1.8%에 불과해 광업·제조업 평균(2.4%)에도 못 미쳤다. 이들 산업의 내수집중도는 71.6%로 전체 평균(33.1%)의 두 배 이상이었다. 공정위는 “독과점 산업에서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불공정거래 행위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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