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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 장애인 돕는 ‘사회적 기업’ 영역도 잠식

등록 2011-12-13 19:03수정 2011-12-13 22:20

한국농아인협회와 업무제휴를 맺고 청각장애인용 화상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온 씨토크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 사무실에서 화상카메라가 달린 전화기를 이용해 원격점검서비스 업무를 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국농아인협회와 업무제휴를 맺고 청각장애인용 화상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온 씨토크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 사무실에서 화상카메라가 달린 전화기를 이용해 원격점검서비스 업무를 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청각장애인용 통신 사업
태광산업 계열사 진출해 
무료 기계로 가입자 유혹
“사회적 기업 위협” 반발
중기청선 사업조정 반려
청각장애인들은 ‘말’이 아니라 ‘손짓’으로 전화 통화를 한다. 이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끈’ 구실을 하는 청각장애인용 화상 전화기는 가정과 관공서 등 8000여곳에 설치돼 있다. 이 시장 규모는 연간 7억~8억원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손바닥만한 시장을 두고서 대기업과 사회적 기업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와 손잡고 청각장애인용 화상통신 서비스를 사실상 독점공급해온 ㈜씨토크커뮤니케이션의 직원 10명은 요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대기업 계열사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이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 가입자 400여명을 뺏긴 탓이다. 씨토크는 2009년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이다. 가입자한테서 받는 월 3000~5000원의 통신요금 가운데 10%는 다달이 농아인협회에 기부된다. 씨토크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의 사업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케이시티는 태광산업이 91.64% 지분을 갖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사다. 국제전화 00777 서비스를 비롯한 인터넷전화,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등을 한다. 그러다가 청각장애인용 화상통화 서비스에 눈을 돌려, 월 5000원 통신요금을 5년 약정하면 화상 전화기를 공짜로 주는 방식으로 지난 6월께부터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농아인협회 일부 지부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앞으로 씨토크 영상전화는 해지될 예정이며 전면적으로 케이시티 영상전화기로 바뀐다’고 거들었다. 씨토크와 2016년까지 업무협약을 맺은 농아인협회 중앙회 관계자는 “시·도 지부나 개인이 수십만원짜리 영상전화기 무상공급에 이끌려 갈아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씨토크 쪽에선 케이시티가 일단 농아인단체를 통해 가입자를 손쉽게 늘린 뒤 금융·의료기관, 관공서 등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케이시티 관계자는 “수익성보다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씨토크 관계자는 “수요가 제한된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든 건 사회공헌이란 명분을 내세워 공공기관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씨토크는 ‘대기업 진출로 회사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케이시티를 상대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재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사업조정 신청을 낸 건 처음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신청을 반려했다. 임병재 중소기업청 사업조정팀장은 “씨토크라는 중소기업 1곳만 사업중이어서 ‘상당수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신청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중소기업중앙회는 케이시티 쪽에 “씨토크와 논의해 상생 방안을 찾아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사회적 기업 전국네트워크인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이인경 사무국장은 “씨토크처럼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시장에 있는 사회적 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경쟁에 노출될 위험이 얼마든지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의 밥그릇까지도 빼앗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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