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혜림양, 최이어요양, 곽용우군
대우조선 ‘중공업 사관학교’ 입사 고졸자 110명 선발
4년뒤 대졸과 같은대우에
경쟁률 32대1 ‘바늘구멍’
계획보다 10% 더 뽑아
특목고 출신·텝스 950점 등
실력있는 합격자 ‘수두룩’
4년뒤 대졸과 같은대우에
경쟁률 32대1 ‘바늘구멍’
계획보다 10% 더 뽑아
특목고 출신·텝스 950점 등
실력있는 합격자 ‘수두룩’
“대학 4년보단 직장생활 4년이 더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았어요.”
부산외고 3학년 이혜림(왼쪽)양은 얼마 전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다.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수시모집과 대우조선해양 고졸 채용에 모두 합격했기 때문이다. 대학이냐, 회사냐. 외고라서 주변에 대학에 가지 않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혜림이도 ‘대학은 당연히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대학 가는 게 낫다”고 했다. 평균 1.7등급이 나온 수능 점수도 조금 걸렸다. 하지만 혜림이는 고민 끝에 13일 대우조선해양을 선택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실생활과 떨어진 대학 공부보단 전문적인 교육을 해줄테고, 좋은 인재들이 많이 합격했다고 하니 회사도 앞으로 힘을 실어주겠죠?” 고등학교 선생님인 어머니도 “학력보다는 실력이 더 대우받는다”며 혜림이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혜림이는 앞으로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국외영업부문에서 일하고 싶다.
대우조선해양은 고졸 사무기술직원 공개채용 결과 110명을 최종 선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고졸자를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으로 대규모 공개채용한 대기업은 대우조선이 처음이다. 대우조선은 거제도 옥포조선소에 ‘중공업 사관학교’를 설립해, 인문·사회과학 같은 기본 교양과목과 설계, 생산관리, 경영지원 등 전문과목을 교육할 계획이다. 입사 몇 년 뒤의 임금은 같은 또래 대졸 신입사원과 동등하게 맞춰주고, 승진·연수 등에서의 차별도 없앤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덕분에 입사 경쟁률은 32 대 1에 달했다. 결국 회사는 애초 예정보다 10% 많이 뽑았다. 합격자 가운데는 특수목적고 출신, 텝스 점수 950점 등 우수한 인재가 여럿이라서, 내신 1등급이 떨어지기도 했다. 여학생 비율은 22%나 된다.
내년 1월5일 입사할 최종 합격자 중에는 혜림이처럼 ‘당찬 소신’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거제고에 다니는 최이어요(가운데)양은 ‘거제도 조선소 가족’이 된다. 어머니가 대우조선 식당에서, 아버지는 삼성중공업에서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은 “함께 출퇴근할 수 있게 됐다”며 합격을 반겼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취업을 극구 말렸다. 언어영역 3등급만 빼고 모두 1등급을 받은 수능 점수가 아깝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어요양은 “요즘 같은 취업난에 대학을 졸업해도 대기업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예 대학 입학원서도 내지 않았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라’는 한글 이름 뜻 그대로, 이어요양은 회사가 대학보다 전문적인 교육으로 자신을 키워줄 거란 기대에 부풀어있다.
전라남도 목포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곽용우(오른쪽)군에겐 대우조선이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어려운 가정 형편상 국공립대 진학밖에는 길이 없다고 고민하고 있던 터에, 대우조선 고졸채용 소식을 들었다. 곽군은 “회사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단 큰 꿈이 있는데, 대우조선 입사하는 게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학 때문에 한숨 짓고 있는 같은 반 친구들과 달리, 곽군은 일찌감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냈다.
이날 남상태 대우조선 대표이사는 “합격자들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지만, 채용과정에서 보여준 열정을 중공업 사관학교에서 갈고닦아 세계 최고의 중공업 전문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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