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조문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먼저 조문을 마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마주쳐 잠시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제공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설립
피해자들, 위자료 소송도
피해자들, 위자료 소송도
“조상의 혈세로 짓는 제철소.”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이 말에는 포스코(옛 포항제철) 건설 비용으로 대일 청구권 자금 7370만달러가 들어간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하루 뒤인 14일은 공교롭게도 일본군에 강제 동원됐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수요집회가 열린 날이었다. 일제 강점 피해자들은 ‘포스코를 비롯한 수혜기업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한다. 피해자와 유족 150여명은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포스코를 설립하는 바람에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며 포스코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낸 바도 있고, 박 명예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현행법상 포스코에 법률적인 책임을 지우긴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하면서도, “포스코가 피해자 지원 등에 자발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쪽은 14일 “정부가 나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재단의 틀을 만들면 기금 출연 등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외 한국도로공사, 케이티(KT) 등 다른 수혜기업 10여곳은 아직 이런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회는 8월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희생자 지원 특별법’을 개정하면서, 박물관·추도공원 건립과 문화·학술사업을 맡을 재단 설립 근거를 마련해둔 상태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고령의 피해자들에겐 재단 설립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한국 정부와 포스코가 기금 출연 등 책임있는 모습을 먼저 보이면 강제동원 당사자인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일본 기업들의 동참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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