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에 CSR팀 신설 “그룹차원 체계적 활동”
삼성 이건희 사재출연 조율…“안철수 효과” 분석
삼성 이건희 사재출연 조율…“안철수 효과” 분석
엘지(LG)그룹이 전담조직을 만들어 사회책임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비자금 문제로 그룹 회장이 사재의 사회환원에 나선 삼성·현대차에 견줘, 엘지는 사회공헌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지주회사인 ㈜엘지에 시에스아르(CSR·기업의 사회책임)팀이 구성됐다. 책임자는 엘지전자 시아르오(CRO·최고관계책임자)를 지낸 김영기 부사장이 맡았다.
엘지그룹 관계자는 14일 “지금까지 사회공헌은 6개 분야별 공익재단과 계열사별 사회공헌 유관부서에서 진행해왔는데 이제 그룹 차원에서 하려는 것”이라며 “최근 재계 전반의 흐름에 맞춰 엘지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더욱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엘지그룹은 1969년 엘지연암문화재단을 설립한 이래로 엘지복지재단, 엘지상록재단 등 공익재단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왔다. 엘지그룹이 공익재단에 출연한 총액은 5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주로 회사 내부적인 활동에 치중하거나 여러 재단과 계열사별로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져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에스아르팀장을 맡은 김영기 부사장은 “엘지전자 등 계열사별로 하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그룹에서 전사적으로 하자는 취지에서 지주회사에 별도 팀을 만든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전 계열사의 사회적 책임의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대규모 장학금 사업 발표로 사재 출연 결단에서 선수를 빼앗긴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정몽구재단’이라고 회장 이름을 재단에 사용해 우리 쪽은 어떻게 재단 명칭을 정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삼성 쪽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이름으로 재단 명칭을 지으려고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기부를 지난해보다 100억원 많은 300억원으로 늘렸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이달 초 현대차그룹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규모를 지난해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증액했다.
에스케이그룹은 내수기업이란 특성상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왔다. 지난해 10대 그룹 가운데 최대 금액인 1880억원을 기부했고,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3.4%로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최태원 회장 등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향후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그룹들의 이런 움직임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주식 사회환원 선언 등에서 기인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엘지 시에스아르팀장을 맡은 김영기 부사장은 “사회 분위기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사회공헌사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최근 안철수 교수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년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터에 경제 상황이 나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기업의 사회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재계에선 내다본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내년은 ‘정치의 해’라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사회책임 활동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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