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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수입업체 환율불안 ‘불똥’ 결제일 선택 머리 쥐날판

등록 2011-12-20 20:52수정 2011-12-20 21:38

김정일 위원장 사망/ 산업계 영향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느긋
지난 19일 오후 우리은행 외환 딜링룸 전화기가 불을 뿜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급등하자 향후 환율 흐름을 문의하는 기업들의 전화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이정욱 우리은행 외환딜러(부부장)는 “지점을 통해 문의한 기업은 대부분 수입업체였다”며 “물품 대금 결제 시점을 언제로 하는 게 좋을지를 많이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충격도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편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표 대기업군은 수출업종에 속해, 북한 리스크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거나 국채 금리가 상승해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고 오히려 수혜를 입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별도의 환 헤지 금융상품에 가입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복수의 외환을 운용하고 있고, 현대차도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매출이 1300억원씩 늘어난다. 중간재를 생산·판매하는 포스코도 원재료 구매 비용은 늘지만 제품 수출로 늘어난 원가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현금성 자산도 풍부해 신용 경색 우려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실제 대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사세가 더 확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들 대기업은 ‘상황 점검’ 수준의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현재로선 (대북) 정보를 점검하는 정도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에 텔레비전 조립공장이 있었지만 지난 5월에 문을 닫은 터라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한 임원도 “북한과 직접 연결된 사업은 없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점검 활동은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중소 수입업체들이다. 당장 물품 대금 결제일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인천 지역에 거점을 둔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은 “매출이 수백억원 또는 수천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들로선 환율 움직임과 결제 시기에 따라 재무 구조에 영향을 받다 보니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뾰족한 수도 없는 탓에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철홍 한국수입업협회 연구조사팀장은 “한 해 내내 유럽 위기로 환율 변동이 컸던 탓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상황이라 동요가 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소 수출업체 쪽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국외 거래처들이 계약 체결을 미루거나 한반도에서의 불안 상황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다른 쪽으로 거래선을 돌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선희 코트라 통상조사처장은 “의류 등 소비재를 수출하는 업체들의 경우 국외 바이어들이 거래선을 바꿀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특이 사항이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완성차 회사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들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협동조합 전무는 “일본 도요타가 국산 부품 수입을 검토하는 예민한 상황에 악재가 터졌다”며 “북한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김진철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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