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전군이 비상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20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출발한 차량들이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동요 없이 3일째 정상조업…남북 당국도 적극 협조
“북 대표들, 김위원장 관심 커 꼭 성공시킨다 말해와”
북 ‘연 6천만달러 수익’ 남 ‘긴장완화·중소기업 활로’
“북 대표들, 김위원장 관심 커 꼭 성공시킨다 말해와”
북 ‘연 6천만달러 수익’ 남 ‘긴장완화·중소기업 활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말 그대로 ‘무풍지대’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후 북쪽 노동자들의 동요로 일부 회사가 조업을 중단한 것 말고는 3일째 정상 조업이 진행중이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옥성석 부회장은 “우리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북쪽에서도 정상 조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이렇게 굳건한 것은 마지막 남은 남북 경협이라는 상징이라는 점 외에도 남·북 모두에 적지 않은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북쪽 입장에서는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인건비로 벌어들이는 북쪽의 연간 수입은 5000만~6000만달러에 이른다. 개성공단 노동자 4만8200여명이 월평균 100~115달러를 지급받는다는 것을 기준으로 추정한 숫자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한해 수출액은 15억달러, 이 가운데 비용 등을 뺀 순수입은 2억달러 정도”라며 “개성공단에서의 수입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이익의 4분의 1에 달해 북한 경제에서 무시하지 못할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일자리 제공에서도 큰 구실을 하고 있다. 개성 인구는 약 20만명, 20~50살 생산가능 인구는 1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4만8200여명이 개성공단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니, 가구당 한 명꼴로 개성공단에 근무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생산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 개성공단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심이 높았다는 점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중시하는 이유로 꼽힌다. 입주 업체의 한 대표는 “북쪽 대표들이 개성공단은 김정일 위원장이 만든 것이라면서 성공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남쪽으로서는 개성공단이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인데다, 개성공단의 정상 조업이라는 뉴스가 대외적으로 한반도 리스크를 줄여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활로가 되고 있다. 이곳 입주 업체는 현재 123곳, 이들 업체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곳은 5000~6000여곳에 이른다.
개성공단은 인건비, 물류비 등 비용 측면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보다 큰 이점이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개성공단 노동자 1인당 임금은 월평균 115달러로 경쟁지역인 중국 칭다오(368~460달러), 베트남 딴투언공단(151~164달러)보다 훨씬 적다. 물류 측면에서도 개성공단은 이틀이면 왕복이 가능한데 중국 칭다오는 며칠씩 걸린다. 이 때문에 국내 신발, 봉제 업체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되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2007년 이곳에 입주한 나인모드 대표인 옥성석 부회장은 “우리도 개성공단이 없었으면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로 갔을 것”이라며 “모든 원부자재를 남한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남한 경제에 끼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생산 규모와 노동자 수 증가에서 확인된다. 개성공단 생산액은 2005년 1491만달러에서 올해 3억3513만달러(1~10월)로 22배 급증했고, 북쪽 노동자 수는 같은 기간 6013명에서 4만8206명으로 8배 증가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를 계기로 남북 교류를 제한한 5·24 조처 이후에도 생산액은 월평균 20% 이상, 노동자 수는 11%나 증가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흐느끼며 ‘김정일 사망’ 전한 리춘히 아나운서
■ 삼성, 김정일 사망 미리 알았다?
■ “이 정권 무능이 여실히 드러난 오늘”
■ 사망 진단 확정된 뒤 발표…김일성 때와 같아
■ 17일 사망…국정원도 정부도 몰랐다
■ 삼성, 김정일 사망 미리 알았다?
■ “이 정권 무능이 여실히 드러난 오늘”
■ 사망 진단 확정된 뒤 발표…김일성 때와 같아
■ 17일 사망…국정원도 정부도 몰랐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