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도입 이후 첫 세자리…협약 어겨도 불이익없어 ‘헛점’
15곳 하도급조사 면제 등 혜택만 누리고 재협약은 안해
15곳 하도급조사 면제 등 혜택만 누리고 재협약은 안해
중소 협력업체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을 맺은 대기업(공기업 포함)이 100곳을 넘었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협약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연간 참여 대기업이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 보니 협약 이행 평가에 따른 혜택만 누리고 재협약을 맺지않는 ‘얌체’ 대기업도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21일 공정위는 포스코, 한화 등 대기업 82곳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 19곳이 2만8108개 중소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지에스(GS) 등 7곳이 협약에 더 참여할 예정이어서 올해 참가기업은 108곳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신규 참여가 27곳, 재협약을 맺은 기업이 81곳이다. 협약 연장이나 재협약을 맺은 기업은 지난해 35곳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공정위는 “동반성장을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려 한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도적인 헛점이 많다. 우선 협약 자체가 자율적인 약속에 불과해,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제재나 불이익을 줄 수 없다. 대신 공정위는 ‘당근’을 제시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협약 체결 1년 뒤 이행 결과를 평가해 ‘양호(85점)’ 이상을 받는 우수 대기업한테 하도급 직권·서면조사를 1~2년씩 면제해준다. 그런데 ‘당근’만 받아먹고 재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는 게 문제다. 공정위가 2009년부터 실시한 11차례의 이행평가에서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은 66개 대기업 가운데 에스케이(SK)네트웍스, 씨제이(CJ)제일제당, 두산엔진 등 15곳이 협약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현재까지 협약을 연장하거나 재체결하지 않았다.
납품단가 인하 압박 등 실제 중소 협력업체가 체감하는 불공정거래 관행을 뿌리뽑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협약 이행평가기준이 부실한 탓이다. ‘동반성장협약 평가항목별 점수배분 기준’을 보면, 합리적 납품단가 조정을 위한 협력사항에 대한 배점은 100점 만점에 0.6점에 불과하다.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자금 지원(18점), 현금 결제비율 확대(13점) 등에 견줘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 공정위는 평가기준을 비롯한 협약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납품단가 조정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격상시키고, 협약 재체결을 늘리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게 뼈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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